‘봄 도다리’의 배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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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몰랐던 도다리의 진실
상당수 양식어종 강도다리 사용… 전문가 “봄 아닌 6∼7월이 제철”

“며느리 좀 더 일찍 찾으려면 ‘도다리 쑥국’ 끓이면 된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봄만 되면 도다리를 찾는 사람이 많다. 도다리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치어를 구하기 어려워 양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식을 많이 하는 광어나 우럭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봄이 되면 도심의 횟집들은 너도나도 ‘도다리 쑥국’과 ‘도다리 세꼬시’(뼈째 썰어낸 회) 등의 플래카드를 내건다. 귀하다는 도다리가 시중에 넘쳐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도다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우리가 자연산이라고 생각하는 도다리의 상당수는 사실 양식한 강도다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다리는 몸길이가 30cm가량 되는 넓적한 가자밋과 물고기로 몸 전체에 흑갈색 반점이 있다. 수심 200m 해저에 서식해 연안에서는 잡기가 어렵다. 몸길이가 40cm 정도 되는 강도다리는 지느러미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표준명이 도다리인 물고기는 부산 등 남해안 산지 이외에는 거의 보기 어렵다. 지난달 30일 저녁 기자가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도다리’란 이름표가 붙은 수조의 바닥에 엎드려 있는 물고기는 강도다리뿐이었다. 지느러미의 줄무늬가 특징적이었다. “강도다리 말고 자연산 진짜 도다리를 보여 달라”고 이야기하자 “회 좋아하나 봐요. 잘 아시네요”라는 답만 돌아왔다.

사실 통영이나 마산에서 쑥국 재료로 쓰는 생선도 어류도감에 나오는 도다리는 아니다. 부산과 경남 사람들은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고 부른다. 다만 문치가자미는 도다리처럼 양식이 되지 않는다. 황교익 음식칼럼니스트는 “사실 도다리나 문치가자미, 새끼 광어 등 세꼬시로 먹는 생선의 맛은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부 식당들이 양식 물고기를 자연산인 양 비싸게 파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쑥국용 도다리는 그래도 문치가자미인 사례가 많지만, 횟집에서 ‘봄 도다리회’로 팔리는 것은 상당수가 강도다리나 여러 가지 가자미다.

최근엔 도다리의 제철이 봄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32년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목포수산을 운영 중인 김우성 씨(55)는 “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던 봄철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다 보니 쑥국으로 많이 해 먹어 봄이 제철로 잘못 알려졌다”며 “봄에는 살이 흐물흐물해서 회로 안 먹고 국을 끓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황 칼럼니스트도 “도다리는 산란하고 다시 살이 오르는 6∼7월이 제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통 과정에서 어류의 명칭이 명확하게 표기되지 않아 혼란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구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교수는 “강도다리나 문치가자미 등의 생선은 모두 다른 종”이라며 “생김새가 비슷한 데다 ‘도다리’로 통칭돼 사람들이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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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점 주인이 수조에서 강도다리를 건져 보여주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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