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야동’ 받는 남자들 “우린 답을 찾을 것”…그들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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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31)는 최근 컴퓨터 앞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울 때가 많다. 밤새도록 파일공유(P2P) 사이트를 통해 ‘야동(야한 동영상의 준말·음란물)’을 다운로드하기 때문이다. 붉게 충혈이 된 눈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잦아진 김 씨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한 음란물 차단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4월 16일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웹하드, P2P 사업자는 △음란물 인식(업로드)을 방지하고, △음란물 검색 및 송수신을 제한하며 △운영관리 기록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사업자에게 음란물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해 음란물 유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어긴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도 새롭게 추가됐다.

음란물 규제 강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경쟁적으로 음란물을 다운로드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라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가 격언처럼 사용되고 있다. 남성 회원이 대다수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음란물 보유량에 따른 ‘자원비축량 등급표’까지 등장했다. 등급표에 따르면 음란물 10기가바이트(GB) 보유자는 개정안 시행 일주일 만에 (음란물 부족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1테라바이트(TB·1024GB) 보유는 ‘방공호’를 건설한 것으로 1년 간 생존하며, 1페타바이트(PB·약 100만GB) 보유는 ‘대피 행성’을 만들어 3대가 풍족히 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에 만족하지 못한 남성들은 외장하드를 구입해 음란물을 저장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 귀여운 것(외장하드)이 ‘노아의 방주’가 될 것이다“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들고 나가야 할 1순위 외장하드“ 등 반응을 보였다. 이런 기현상 덕분에 외장하드 시장도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 15일까지 외장하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증가했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가전제품업체 사장은 ”다른 제품들의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장하드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대한 각종 ‘괴담’도 기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온라인에 떠도는 괴담은 ”방통위가 웹하드나 P2P 운영자에게 운영관리 기록을 보관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를 열람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이 음란물을 의도적으로 유포한 뒤 다운로드한 이용자를 색출할 것이다“ 등이다. 그러나 방통위와 경찰에 따르면 괴담은 개정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운영관리 기록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남기도록 한 것이 아니라 검색 등의 로그 기록을 남겨 사업자가 검색 제한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란물 유포 및 추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유포는 불법인데 경찰이 불법 행위를 통해 수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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