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리퍼트, 血盟 아이콘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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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美대사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한국인들은 “쾌유 기원” 메시지
흔들릴뻔한 한미동맹 우려 씻어… 끈끈한 양국 우정 재확인 계기

“얼른 일어나세요”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청년이 여는 미래’ 회원들이 전날 습격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빌고 있다. 팻말에는 리퍼트 대사가 수술을 받은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같이 갑시다’ 문구처럼 ‘같이 가요 리퍼트’라고 적혀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얼른 일어나세요”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청년이 여는 미래’ 회원들이 전날 습격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빌고 있다. 팻말에는 리퍼트 대사가 수술을 받은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같이 갑시다’ 문구처럼 ‘같이 가요 리퍼트’라고 적혀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야말로 비온 뒤에 땅이 굳는 형국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42·그림)에 대한 종북세력의 테러로 흔들릴 것 같던 한미동맹이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가 보여주고 있는 의연하면서도 ‘쿨(cool)’한 대처로 오히려 더 굳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습 사건 후 미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리퍼트 대사의 행보 덕분에 한층 돈독해진 한미관계가 화제다. 얼굴에 80여 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을 받고도 트위터에 “한국인들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리는 리퍼트 대사의 성숙한 외교력에 놀랐다는 것.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마크(리퍼트 대사)가 비극적인 일을 겪었지만 멋지게 대처해 한미동맹의 ‘슈퍼스타’가 됐다. 한미동맹 역사에 중요한 모멘텀(계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역사 공동책임론’ 발언으로 한미관계에 이상 신호가 올 수 있었는데 마크가 한 방에 이를 해소했다”며 “유혈 테러를 당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양국의 혈맹 아이콘(bloody icon)’이 됐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입원 중에도 전화와 e메일을 통해 한미동맹의 메시지를 전하는 ‘병상 외교’를 펼치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6일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의 위로 e메일에 “기분 좋으니(in a good spirit)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절친’인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마크로부터 ‘상태가 좋다’는 e메일을 받았다. 그는 ‘터프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부임 전만 해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리퍼트 대사에 대해 “주요 동맹국 대사로 너무 젊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미국 젊은이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초유의 테러에 대처했고 한미 양국의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쾌유를 기원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누리꾼 송풍규 씨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변치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병원에서 ‘나는 괜찮다(I‘m OK)’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나왔다”고 적었다. 우리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통화해 이번 사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박재명 기자
#리퍼트#미국대사#혈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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