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 대사 리퍼트 흉기 테러…한국 사회 큰 충격 “국가적 망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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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흉기로 테러를 당한 5일 한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테러 청정국’으로 불리던 국내에서 한국인이 핵심 동맹국의 외교사절을 피습하자 “국가 망신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 부끄럽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좌우 성향을 막론하고 테러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줄줄이 발표했다.

중도보수성향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주한 외국 대사를 피습한 것은 대한민국 외교를 테러한 것과 마찬가지이며, 테러 청정국으로 국제적 명성을 지켜온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한국자유총연맹도 논평을 통해 “사법당국은 철저하게 수사해 사건 경위와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겸 싱크탱크인 ‘시대정신’은 “자신의 주장을 테러로 표현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IS(이슬람국가)같은 테러단체나 행하는 반문명적 형태와 다름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미성향 시민단체도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를 규탄했다.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고, 테러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키리졸브 전쟁연습을 반대하는 목적이 옳다고 하더라도, 테러방법은 폭탄이나 총이 아니라 면도칼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반대한다. 우리는 오직 대중의 목소리를 담아 대중적인 방법으로 반전운동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은 “면도칼 테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억만 배 심각한 핵전쟁 후과를 낳을 수 있는 키리졸브·독수리 미남 합동군사연습, 대북 선제 핵 타격 전쟁연습은 무조건 중단돼야 하고 다시는 재개되지 말아야 한다. 사건을 공안탄압 계기로 악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들은 리퍼트 대사가 이달 3일 블로그에 ‘서울에서 보낸 첫 번째 음력 설’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게시물에 쾌유를 비는 댓글을 수백 개 달았다. 최용훈 씨는 “일부 왜곡된 사고를 가진 한국인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가지게 될지 걱정된다. 당신이 좋아하는 한국엔 당신을 좋아하는 많은 한국인이 있다”고 적었다. 윤상필 씨는 “피격 소식을 듣고 눈물이 쏟아졌다.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리퍼트 대사의 게시물엔 한국어로 “가야금 연주가 정말 아름다웠다. 다음에는 한복을 살 예정이다”라는 등 한국사랑을 표현하는 글이 적혀있어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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