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기꾼 “인생은 한방” vs “닥치는 대로” 미국 사기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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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절도 행각의 케이퍼 무비 두 편

영화 ‘모데카이’의 주인공 모데카이(위 사진)는 잘 차려입은 복고풍 정장에 모자, 지팡이까지 갖추고 다닌다. 반면 ‘포커스’의 주인공 니키는 주로 몸매가 드러나는 티셔츠나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에 굵은 목걸이를 한다. 모데카이는 니키를 본다면 영국식 억양으로 “품위 없다”고, 니키는 모데카이에게 “너무 젠체한다”고 할 것 같다. 영화인·올댓시네마 제공
영화 ‘모데카이’의 주인공 모데카이(위 사진)는 잘 차려입은 복고풍 정장에 모자, 지팡이까지 갖추고 다닌다. 반면 ‘포커스’의 주인공 니키는 주로 몸매가 드러나는 티셔츠나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에 굵은 목걸이를 한다. 모데카이는 니키를 본다면 영국식 억양으로 “품위 없다”고, 니키는 모데카이에게 “너무 젠체한다”고 할 것 같다. 영화인·올댓시네마 제공
지난달 개봉한 영화 ‘모데카이’와 ‘포커스’는 모두 케이퍼 무비(사기 절도 등 범죄 행각을 세밀하게 그린 영화)를 표방한다. 하지만 영국 등 유럽을 주요 배경으로 한 ‘모데카이’와 미국과 중남미를 누비는 ‘포커스’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녔다. 두 영화의 주인공 모데카이(조니 뎁)와 니키(윌 스미스)의 캐릭터도 극과 극이다. 마치 영국과 미국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 슈퍼볼·F1 vs 미술품 경매

케이퍼 무비의 핵심인 ‘뭘 훔치느냐’부터 두 영화는 사뭇 다르다. 포커스는 역시 자본주의의 선두주자 미국답게 당장 통장에 입금할 현금을 훔친다. 니키는 프로 미식축구 슈퍼볼이 열리는 경기장 주변에서 동료들과 함께 신용카드 사기, 소매치기, 불륜 저지른 남편 협박하기 등 사소한 범죄를 차곡차곡 저질러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3년 뒤, 그는 자동차 경주 대회인 F1이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나타난다.

반면 모데카이는 당장의 현찰보다 물건의 가치에 초점을 둔다. 스페인의 유명 화가 고야의 숨겨진 작품 ‘웰링턴 백작부인’이 목표다. 전 세계 미술품 수집가와 심지어 테러리스트까지 노리는 그림이다. 그림을 쫓아 영국 런던과 러시아 모스크바 등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모데카이의 최종 종착지는 런던의 한 미술품 경매장이다.

○ 빈민가 출신 섹시남 vs 귀족 집안 출신 초식남

모데카이는 영국의 전 세계 부호를 상대해온 유서 깊은 미술상 집안 출신. 강점은 해박한 미술 지식과 사람을 비꼬는 능수능란한 언변, 그리고 집안 전통을 따라 기른 콧수염이다. 입술을 비죽거리며 콧수염을 매만지는 ‘귀요미’ 매력이 여심을 사로잡는다. 옷도 목 끝까지 단추를 잠근 셔츠에 조끼, 재킷까지 갖춘 복고풍 정장을 입는다.

니키는 미국 뉴욕 할렘 빈민가 출신. 할아버지는 야바위꾼, 아버지는 바람잡이인 집안에서 자라며 ‘남의 시선(포커스)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 사이 물건을 훔친다’는 사기와 절도의 기본기를 배웠다. 니키는 몸매가 드러나는 티셔츠나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를 즐겨 입는다. 살짝 벌어진 셔츠 깃에서 묻어나는 섹시함이 여자를 홀리는 무기다.

○ 계산 확실한 동료 vs 충직한 하인

사기극에는 조력자가 필수적이다. 포커스에는 니키를 돕는 동료들이 여럿 등장한다. 하지만 모두 도와준 만큼 자기 몫은 물론이고 사기 칠 때 든 비용까지 확실히 챙긴다. 영화 말미에서는 돈 앞에 친구도 혈육도 필요없다는 진리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모데카이의 조력자는 충직한 하인 조크(폴 베타니). 총을 맞아도 벌떡 일어나고 어떤 순간에도 주인을 버리지 않는, 존재 자체가 농담 같은 인물이다. 한쪽 눈에 흉터가 있는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모데카이의 칭찬 한마디에 금세 마음이 녹고 연인과의 뜨거운 시간을 방해받아도 불평하지 않는 ‘순둥이’이기도 하다.

‘포커스’가 계약으로 맺어진 평등한 동료 관계라는 미국식이라면 ‘모데카이’는 의리로 유지되는 주종관계라는 전통 영국식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에겐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금발 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는 점. 모데카이의 ‘숨은그림찾기’는 갑자기 끼어든 아내 조한나(귀네스 팰트로) 때문에 삐걱거린다. 니키는 한때 연인이었던 제스(마고 로비) 때문에 집중력을 잃고 위기에 처한다. 영국이든 미국이든 치명적인 매력의 미녀는 금발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모데카이#포커스#케이퍼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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