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지원 의원 “욕 먹기 싫다고 패배의 길로 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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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전대 이후 정중동 행보 박지원, ‘문재인 체제 한달’ 작심 비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1개월’을 맞아 4일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문 대표의 
친노(친노무현) 인사 등용 등에 문제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의 뒤편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1개월’을 맞아 4일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문 대표의 친노(친노무현) 인사 등용 등에 문제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의 뒤편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재인 대표가 욕 안 먹으려고 ‘무난한’ 방법을 택한다면 ‘무난하게’ 패배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4일 당의 새 수장을 맡은 지 한 달째 접어든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에게 3.5%포인트 차로 석패한 뒤 은인자중했던 박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의원이 전대 이후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통해 문 대표 체제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박 의원은 우선 당 지도부의 4·29 보궐선거 전략을 문제 삼았다. 전략공천 없이 경선으로만 치르기로 한 것에 대해 “전략공천의 잡음을 두려워해 ‘이기는 선거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광주 서을 출마를 저울질하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경선이 좋은 것도, 전략공천이 나쁜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길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보궐선거에서 1석을 이기면 승리’라고 밝힌 것도 “그건 패배다”라며 “새누리당이 할 얘기를 야당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친노(친노무현) 당직 인선’ 논란에 대해선 “내가 할 말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인사를 잘 못한다’는 비난을 한다”면서 “그런데 우리 당내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면 결국 우리 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대에서 문 대표에게 석패한 것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그는 “패자는 말이 없다”면서도 선거 당일 정견 발표 때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연설 도중 마이크 성능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연설을) 중단하고 마이크를 고칠 수도 없고…. 현장에서 피드백이 약한 것을 보고….” 평소 연설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지만 이날 전대에서는 그런 힘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아쉬워한 셈이다.

비록 박 의원은 당 대표를 놓쳤지만 이번 전대를 통해 호남권의 중심인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가 경선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문재인 추대대회’가 되고 ‘친노당 확인대회’가 됐을 것이다. 졌더라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4월 보궐선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지형의 재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박 의원 지지자 사이에선 ‘호남당을 만들자’는 쪽과 ‘일단 지켜본 뒤 결정하자’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한다. 좀 더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박 의원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집권한 뒤 내각제 개헌 약속을 파기한 뒷얘기도 소개했다. 그는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지인에게 ‘대통령에 당선되면 후보 때 한 얘기는 다 무효다’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김 전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고 김 전 총리가 내각제 개헌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털어놓았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박지원#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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