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고 회의… 우리는 ‘서서族’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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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효율 두 토끼잡기 국내 확산

건강과 생산성 증진을 목적으로 서서 업무를 보는 이른바 ‘서서족’이 증가하고 있다. 사무실에 강연대를 가져다 놓고 일하는 변동식 
CJ오쇼핑 사장과 선 채 회의하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직원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연구하는 엄위상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수석연구원(위쪽부터). 각 회사 제공
건강과 생산성 증진을 목적으로 서서 업무를 보는 이른바 ‘서서족’이 증가하고 있다. 사무실에 강연대를 가져다 놓고 일하는 변동식 CJ오쇼핑 사장과 선 채 회의하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직원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연구하는 엄위상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수석연구원(위쪽부터). 각 회사 제공
2일 서울 중구 소공로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내 회의실. 다른 회사에서는 보기 힘든 ‘스탠딩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직원 10여 명은 모두 일어선 채였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회의 참가자들이 의자에 기대 늘어지지 않아 좋다. 또 회의시간이 길어지면 다리가 아프니 잡담을 거의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된다. 이병엽 커피리더십 파트장은 “서서 회의를 하니 종전에 1시간 정도 걸리던 회의 시간이 20분 안팎으로 줄었다”며 “집중력이 높아져 딴짓이나 딴생각을 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서 회의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이른바 ‘서서족(族)’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서서 일하기 열풍은 원래 3∼4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에서 시작됐다. 건강에 좋은 데다가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7월 회의실 14곳 중 10곳에서 기존 의자와 테이블을 모두 없앴다. 그 대신 성인 남성의 배꼽 높이(약 110cm)만큼 올라오는 높은 테이블을 들여놓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랩 구성원들도 2013년부터 서서 회의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정신이 맑아져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차원에서 서서 일하는 사람들도 증가세다. 변동식 CJ오쇼핑 사장은 집무실에 연설 등을 할 때 쓰는 강연대를 들여놓았다. 자료를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보고도 강연대 앞에서 받는다. 변 사장은 “척추가 튼튼해지고 복부 근육이 긴장돼 배가 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서서 일하기 관련 용품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스탠딩 데스크나 기존 책상에 올려둘 수 있는 높이 조절용 노트북 지지대의 올해 1, 2월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5%로 급증했다.

서서 일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걸으며 일하는 사람도 있다.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에서 일하는 엄위상 수석연구원은 사무실에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들여놓고 그 위에 책상을 설치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산책하는 기분으로 일한다”며 “만성 소화 불량과 허리 통증이 개선됐고, 집중도 잘되고 스트레스의 강도가 낮아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서 일하기가 각광받는 것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당뇨와 심혈관 및 척추 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사망률은 하루 3시간 미만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사망률보다 여성은 40%, 남성은 20% 높다. 이런 이유에서 장시간 앉아서 일하기는 ‘흡연’과 같다는 비유도 나온다. 서서 일하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칼로리 소모량이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척추 등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10분 앉았다가 40분 서서 일하는 방식으로 하거나, 바닥에 푹신한 발판을 마련해 발목이 받는 충격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스타벅스#회의실#스탠딩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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