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총기 난사로 부부-파출소장 등 4명 사망…범인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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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엽총 발사로 3명이 사망한 지 이틀 만에 경기 화성에서도 총기 난사로 출동 경찰관까지 모두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27일 오전 9시30분경 경기 화성시 남양시장로의 한 주택에서 전모 씨(75)가 엽총을 난사해 형(86)과 형수 백모 씨(84), 출동한 관할 파출소장 이모 경감(43)이 총상을 입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병원에 긴급 후송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총기를 난사한 전 씨 역시 경찰과 대치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사고는 가족 간의 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초 신고자인 사망자 전 씨의 며느리 정모 씨는 “작은 아버지가 총을 쏴 시부모가 쓰러졌다”고 112에 신고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또 “총을 쏜 작은 아버지가 평소에도 술에 취하면 집에 와서 ‘돈을 달라’고 행패를 부렸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사고가 일어나자 2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당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했지만 오히려 경찰이 희생되고 말았다. 이 경감과 다른 경찰관 1명이 사고 후 현장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려고 하자 전 씨는 경찰을 향해 1차 발포했다. 이후 전 씨는 이 경감이 현관문을 열고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자 다시 총을 쏴 이 경감을 살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이날 오전 8시25분 남양파출소에 찾아와 수렵용 엽총 2정을 출고했다. 사냥용 엽총은 사용하지 않을 때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파출소에 보관해야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는 수렵 허가기간이라 총기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엽총 살인사건이 이어지자 뒤늦게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폭력 성향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수렵 기간 중에는 전국 모든 경찰관서에 총기를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을 주소지 및 수렵장 관할 관서로 제한할 방침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2000년 이후 총기 살인사고 일지

△ 2002년 2월 = 전남 보성군. 이혼한 50대 남성이 전처 재혼에 앙심을 품고 전처의 남동생과 남동생 부인 등 전처의 일가족 9명에게 엽총 난사해 1명 숨지고 2명 부상.

△2003년 2월 = 부산 북구 한 가정집에서 의처증 있는 50대 남성이 설 명절 준비하던 처가 식구들에 엽총 난사해 처남 내외 등 2명 숨지고 장모 등 4명 부상. 피의자도 자살 시도했지만 중상.

△2005년 2월 = 경기 파주 가정집에서 60대 남성이 유산 분배로 갈등을 빚다 가족들에게 엽총 난사해 셋째동생의 아내와 조카, 둘째 동생의 막내 등 3명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 입힘. 피의자는 인근 야산에서 엽총으로 자살.

△2008년 1월 = 경기 화성 가정집에서 동생과 불화를 빚던 60대 남성이 제수와 조카딸을 엽총으로 살해. 이후 피의자는 엽총으로 자살 기도했으나 미수에 그침.

△2011년 2월 = 경기 파주 블루베리 농장에서 60대 남성이 옛 동거녀 및 그의 현 동거남과 재산 정리 문제로 다투다 엽총 난사해 두 사람 살해하고 농장 근무자 70대 남성에게 부상 입힘. 피의자는 경찰과 대치 끝 검거.

△2012년 2월 = 충남 서산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30대 남성이 옛 직장동료에게 엽총 난사해 1명 살해하고 2명 부상 입힘. 피의자는 범행 후 도주하다 경찰에 검거.

△2012년 7월 = 경기 용인 공터에서 50대 남성이 임대받은 땅에 집 짓는 문제로 다투다 동생 친구를 엽총으로 쏴 살해. 피의자는 범행 직후 자수.

△2013년 4월 = 충남 천안에서 40대 남성이 아내의 내연남을 공기총으로 살해. 이후 피의자는 경찰에 자수.

△2013년 12월 =경북 청송 야산에서 사냥꾼 총 맞아 숨진 뒤 암매장 된 40대 남성 시신 발견. 부검결과 사냥용 산탄총(한 번 총을 쏘면 10개 탄환 발사되는)에 맞은 것으로 확인.

△2015년 2월 = 충남 세종시. 50대 남성이 예전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의 오빠와 아버지 등 3명에게 엽총 난사해 살해 후 편의점에 불 지르고 달아남. 이후 피의자는 엽총으로 자살.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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