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쇼트트랙 세계 최강 이유는 ‘OOO’ 잘 돼있기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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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에서 양궁선수로 태극마크를 달려면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대한양궁협회는 매년 국제대회를 앞두고 색다른 방식으로 대표 선발전을 연다. 1차 선발전을 맑은 날 치렀다면 2차 선발전은 바람이 심한 날, 3차 선발전은 추운 날씨에 치르는 식이다. 대표선수들의 훈련도 비슷하다. 비, 바람, 더위, 추위 등 다양한 날씨에서 훈련 한다. 또 관중이 많은 프로야구장을 찾아 활을 쏘기도 한다.

#2. 쇼트트랙스케이팅 대표팀의 훈련도 양궁과 비슷하다. 종목의 특성상 언제나 넘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훈련한다. 제일 앞 선수가 넘어졌을 경우, 선수가 옆으로 치고 들어올 경우, 2바퀴가 남았을 때, 1바퀴가 남았을 때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뒤 그에 맞춰 훈련한다.

●스포츠와 플랜B

한국의 양궁과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플랜B’가 잘 돼있기 때문이다. 플랜B는 원래 계획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예비계획을 말한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는 예상하기 힘든 변수들로 가득 차 있다. 분석하지 않은 상대를 갑자기 만날 수도 있고, 분석해 둔 상대라도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와 분석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날씨 등의 상황 변수도 있다. 세계적인 선수는 다양한 플랜B를 만들어 훈련 때 반복 숙달한다.

스포츠의 플랜B 훈련에는 ‘재집중 계획(refocusing plan)’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트레이닝’이 있다. 재집중 계획은 원래 계획한 기술이나 작전이 상대의 변칙 플레이 등 방해요인으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때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농구경기에서 뒤지고 있는 상대팀이 작전타임으로 경기의 흐름을 끊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 두는 식이다. 시뮬레이션은 연습경기 등 경기 상황과 똑같은 조건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최상급 선수는 초보 선수에 비해 플랜B가 많다.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더 많이 가정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세운다. 바둑의 고수가 17수에서 50수 앞을 내다볼 수 있듯 세계적인 선수는 수가 많다.

●사회와 플랜B

일상생활에서도 플랜B가 필요하다. 모든 일이 항상 예상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을 때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은 경제 상황의 변동으로 금리가 갑자기 오르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플랜B를 준비해놓았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플랜B는 사고도 막을 수 있다. 외딴 곳의 수련시설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한 대학생, 수학여행 길에 오른 중고생, 억새를 지붕으로 만든 야외 바비큐 시설을 이용하는 여행객, 덮개를 씌우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운전자, 파란색 보행신호등만 믿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모두 위험상황에 대처할 플랜B가 필요하다. ‘설마 사고가 나겠어?’ ‘괜찮아’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방심하다가는 예기치 못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플랜B 세우기는 멘탈 기술의 하나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훌륭한 스포츠 지도자는 항상 플랜B로 선수를 무장시킨다.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상해 훈련시킨다. 사회 지도자도 플랜B를 생활화해야 한다.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를 시뮬레이션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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