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행사 목적이 고객정보 수집? “홈플러스, 2406만 건 팔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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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A 씨는 2013년 12월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경품행사에 응모했다. 1, 2등 상품으로 내걸린 다이아몬드 반지(7800만 원 상당)나 제네시스 승용차(5000만 원 상당)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 3개월 후부터 A 씨에게 걸려오기 시작한 것은 당첨 안내가 아니라 보험 가입 권유 전화였다. 홈플러스가 경품 응모권에 적힌 자신의 고객정보를 1980~2800원에 보험사들에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 검찰의 연락을 받고 나서였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2011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A 씨처럼 경품행사 등에 참여한 고객들의 정보 2406만 건을 수집한 뒤 보험사 7곳에 팔아 231억7000만 원을 챙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홈플러스 도성환 대표(59) 등 전현직 임직원 6명과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고객 정보까지 영업에 활용한 L생명 S생명 등 보험사 2곳의 관계자 2명도 함께 기소됐다.

합수단은 고객이 경품행사 응모권을 작성할 때 ‘제3자 정보 제공’에 ‘동의’란에 체크했어도 주최 측이 정보사용 목적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면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합수단 수사 결과 응모권 뒷면에는 ‘보험사에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문구가 1㎜도 안 되는 ‘깨알’ 크기로 적혀있었고, 합수단이 접촉한 응모자 200명 중 190여 명은 “보험 영업에 사용될 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합수단은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를 연 주목적이 고객정보 수집이었다고 봤다. 조사 결과 홈플러스 측은 ‘추첨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고지하겠다’는 공지와 달리 당첨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이 한번도 없었고 당첨자가 어렵게 당첨 사실을 알고 연락해오면 그제야 경품을 준비하기도 했다. 사내 보험영업 전담팀은 매년 고객정보 판매 목표치를 정해놓고 실적을 경영진에게 보고했다. 합수단은 홈플러스가 벌어들인 231억7000만 원을 부당수익으로 보고 환수에 착수했다.

홈플러스 측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품 미지급과 고객들의 소중한 개인정보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경품 미지급에 대해서는 지급을 완료했고 경품행사는 즉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 윤리의식 강화 교육과 개인정보 보안을 위한 내부 시스템 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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