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마사회장, 고객 가장해 수도권 장외발매소 직접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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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회장. 한국마사회 제공
현명관 회장. 한국마사회 제공
“경마를 통한 고객감동을 실현하고 한국 경마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

최근 침체에 빠진 마사회의 재도약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명관 한국마사회장(74)은 새해 들어 개혁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2013년 12월 취임 후 1년 가까이 마사회 체질 개선에 집중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경마 혁신방안을 시행한다.

지난달 28일 만난 현 회장은 “한국 경마는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마사회 같은 공기업도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경마 혁신은 고객이 원하는 재미있는 경주를 하고, 경마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스포츠이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마는 지난 10년 넘게 매출액 감소, 고객 노령화 등 침체를 겪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적신호가 켜졌어도 그동안 이렇다할 개선 작업이 없었다는 데 있다.

현 회장은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마사회 직원의 복리후생비를 64% 삭감했고,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와 임금체계 개편 등의 내부 개혁 정책을 이행했다”며 “국산 말과 외산 말이 함께 경주에 출전하는 비율을 높이고 경주마 능력에 따른 편성 등의 개혁안이 현장에서 뿌리내리면 양질의 경주 상품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우수한 경주마를 배출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독점적인 지위를 지닌 마사회는 그동안 미흡한 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마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더 많다. 개장 시간에 임직원이 백화점처럼 고객에게 단체 인사를 하고, 식음료 판매장 시설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평가도 바뀌었다. 현 회장은 “고객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조직 문화를 ‘섬김 마인드’로 변화시키고 모든 서비스와 인프라를 고객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렛츠런 파크(경기 과천시)를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말과 자연이 어우러진 그린 테마파크로 조성해 올 추석 쯤에 시범 개장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고객을 가장해 수도권의 장외발매소들을 찾았다. 직접 눈으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장외발매소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돼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시설이 열악하고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현장을 진단한 현 회장은 30개에 이르는 전국의 장외발매소에 좌석정원제를 도입해 증권사 객장 같은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다. 지역 사회에서 환영받는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도 추진했다.

현 회장은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전자카드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자카드제도 시행은 건전한 경마 고객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에 비유되면서 경마 및 말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 회장은 “사행산업 건전화라는 시대적 요청과 정책 목적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전자카드는 전체 경마 고객을 모두 잠재적 도박중독자로 가정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제다. 정원 제한, 인터넷 활용 등 대안도 많다. 정책의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 출신으로 감사원 부감사관, 삼성물산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을 거친 현 회장은 어려서부터 산기슭과 해안에 방목된 말들을 보며 자랐다. “이웃집 강아지처럼 친숙한 말과의 인연이 평생을 가는 것 같다. 말과 사람이 함께 멋진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마사회를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만들겠다.”

과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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