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범 “사표 낸 다음날 후임 발표할 줄 알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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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각 파도에 흔들리는 청와대]
누군가 미리 교체 계획 귀띔한듯… 金 “역량 부족하다면 나가야지”
靑 인사 컨트롤타워 부재 또 드러나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사진) 사퇴 파문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또 한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청와대는 문체부 관련 인사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후임 장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 면직해 논란을 불렀고 이것이 승마협회 비리 관련 체육국장 경질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번엔 임명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차관마저 석연찮은 이유로 사퇴하면서 파문이 일자 청와대의 인사 처리가 미숙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은 번번이 국정동력을 깎아먹는 악재로 작용했다.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여야가 합의하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지시했음에도 국회 출석을 거부해 사실상 해임됐다.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은 경찰의 수사 대상인 줄도 모르고 임명했다가 석 달 만에 물러났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지명한 국무총리 후보자 2명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한 채 언론 검증 과정에서 잇따라 낙마했다.

김 차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위(청와대)에서 볼 때 내가 역량이 부족해 생각한 수준에 못 미친다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22일 사표 내고, 23일 청와대 인적 개편안이 나왔는데 이때 내 후임 차관이 발표되는 등 부처 개각도 같이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의 해명대로라면 청와대가 곧 있을 개각 때 다른 차관을 임명했으면 그만인 사안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김 차관에게 미리 ‘인사’ 얘기를 전했고, 김 차관이 사표를 내면서 문제가 커진 셈이다. 이는 정부 인사를 총괄하는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발휘되지 못해 초래된 혼선이라는 지적이다. 김 차관의 해명과는 별개로 문체부 안팎에선 이번 사퇴와 관련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차관이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조직 문제와 관련해 정부, 여당 의견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했다거나 최근 문체부의 홍익대 한양대 인맥 의혹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김종덕 장관이나 김종 2차관과의 불화설까지 불거졌다.

김희범 차관은 “구체적 업무에 대해선 노코멘트 하겠다”며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차관이 역량이 부족해 물러나야 했다는 얘기에 대해 문체부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아시아문화전당 등의 문제는 6개월밖에 안 된 차관을 경질할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김 차관이 그동안의 모든 문제를 껴안고 가는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세종=김윤종 zozo@donga.com / 이재명 기자
#김희범#사표#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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