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으로 완성된 ‘대구의 양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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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 20대 800만원 뿌린 이후… 현장서 돈 주운 6명 285만원 돌려줘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 있을 것” 50대 독지가 500만원 익명 기부

대구 도심 한복판에 뿌려졌던 돈이 ‘양심’과 ‘온정’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29일 대구 달서구 서부정류장 앞 횡단보도에서 정신이상 증세가 있는 김모 씨(27)가 5만 원권 지폐 160여 장(800여만 원)을 뿌렸다. 돈은 근처를 지나던 일부 운전자와 행인들이 가져갔다.

그러나 이 돈이 고물상을 하던 김 씨 할아버지가 모은 것이라는 사연이 대구지방경찰청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양심’ 행렬이 시작됐다. 사건 이튿날부터 이달 25일까지 남녀노소 6명이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를 찾아 돈을 돌려준 것이다. 이렇게 돌아온 현금은 총 285만 원. 아쉽게도 여전히 500만 원 이상이 모자랐다.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더이상 돈의 행방을 추적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온정’의 힘으로 기적이 완성됐다. 29일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27일 오후 8시 40분경 50대 남성이 한 지역 신문사를 찾았다. 이 남성은 5만 원권 지폐 100장(500만 원)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그가 남긴 메모에는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시고 사용해 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신문사 측은 28일 송현지구대를 통해 김 씨의 가족에게 이 돈을 전달했다.

29일 오후에는 남성 2명이 차례로 달서구 행복나눔센터를 찾아 “김 씨를 돕는 데 써달라”며 각각 15만 원과 50만 원을 기부했다. 달서구는 30일 이 돈을 김 씨의 가족 계좌로 송금할 예정이다. 잃어버린 그 돈은 아니지만 김 씨 가족은 800여만 원을 모두 되찾은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양심이 살아있고 이번에 온정과 희망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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