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현지서 인기스타 된 이정협 “누가 뛰든 우승만 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2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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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은 끝났다. 이제 마지막 담금질만이 남았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6일 이라크와의 2015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마친 뒤 다음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선수들은 각자 호텔 방에서 쉬거나 점심과 저녁을 먹으러 시드니 시내에 나갔다. 저녁에는 각자의 방에서 호주-아랍에미리트의 준결승전을 시청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모든 선수들이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조별리그에 이어 호주와 다시 맞붙는 것에 대해 선수들은 다시 한번 꼭 이기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 무명에서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정협

한국은 28일 호주 시드니의 코가라 훈련장에서 결승전을 앞두고 훈련을 가졌다. 10여 명의 각국 취재진은 공격수 이정협에게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정협은 이번 대회 2골을 터뜨려 손흥민과 팀 내 최다 득점 선수다. 특히 조별리그 1위 자리를 다퉜던 호주와의 3차전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 골을 넣으며 순도 높은 활약을 보였다. 대회 조직위와 호주 언론도 이정협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대회 조직위는 홍보 현수막과 신문 광고에 각국의 간판선수 사진을 실어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는 대회 초반 손흥민, 중반에는 기성용이 등장했다. 결승전을 앞두고는 이정협의 사진이 실렸다. 호주의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도 28일 한국의 주요 선수로 손흥민, 기성용과 함께 이정협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정협은 장신이며 활동량이 많은 공격수다. 군복무 중이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정협은 이날 현지 팬들에게 사인요청을 받으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체격이 좋은 호주 수비수에 맞서 장신(186cm)이면서 체격이 좋은 이정협은 결승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정협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경기를 비롯해 8강, 준결승 등 3경기 내리 선발로 나섰다. 이정협은 “아직 선발로 뛴다고 확정되지 않았다. 선발이나 한국의 아시안컵 통산 100호 골의 주인공에 대해 욕심은 없다. 우승만 한다면 누가 뛰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호주에 대한 분석은 끝냈다. 이정협은 “호주 수비는 체격은 물론 힘도 좋다. 하지만 측면 수비수가 공격 가담이 많아 그들이 공격에 나설 때 그쪽을 잘 공략하면 득점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 분위기 최고, 한껏 높아진 우승 희망

이날 훈련은 8강 진출 이후 처음으로 완전 공개 훈련으로 진행됐다. 훈련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훈련 전까지 폭우가 쏟아졌지만 훈련 시작 30분전부터 날씨가 화창해지며 선수들은 감기 걱정 없이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은 훈련 중 웃고 장난도 쳤다. 결승전을 앞둔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선수들의 분위기와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이라크를 꺾은 뒤 “이렇게 자신감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데 우승 못하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한 손흥민의 소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훈련 뒤 기성용은 “호주는 안방 이점을 빼면 강하지 않다. 전술적,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과 우승에 대한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힘들게 온 만큼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은 모바일 메신저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끈끈한 동료애도 과시하고 있다. 부상으로 대회를 중간에 마감한 이청용과 구자철은 수시로 글을 남기며 남은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정협은 “갈수록 팀이 단단해지고 끈끈해지고 있다”며 팀의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태극전사들의 한층 밝아진 표정 속에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원대한 꿈이 영글고 있다.

시드니=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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