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아시안컵 선전, 월드컵 실패가 약 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28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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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슈틸리케 감독, 실패한 원인 철저분석
홍명보와 달리 기존 틀 없이 선수 구성
해외파·K리거 안 가리고 선수들 발탁
경험 중시…차두리·곽태휘 기용 효과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 더 단단해진다는 의미의 이 말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9∼31일·호주)에 출전한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에 잘 어울린다. 대표팀은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절한 실패의 아픔을 맛본 뒤 불과 반년 만에 ‘이기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비록 아시아 무대이기는 하지만,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대표팀의 성과는 실패의 아픔을 교훈 삼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사례로 볼 수 있다.

● 사령탑 교체가 불러온 변화

홍명보(46) 전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기대이하의 경기력으로 조별리그 1무2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사령탑 교체를 단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이 쥐어졌다.

새 사령탑 취임과 함께 대표팀 선발의 틀이 확 바뀌었다. 홍 전 감독은 ‘소속팀에서 주축 선수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던 자신의 원칙을 깨고 박주영(30·알 샤밥)을 주전 스트라이커로 발탁해 큰 논란을 낳았다. 게다가 대표선수 대부분이 홍 전 감독이 2012런던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시절 활용했던 제자들이었다. ‘의리’ 논란과 함께 ‘홍명보의 아이들’이란 반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랐다.

외국인 사령탑의 최대 장점은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랬다. 평가전을 위해 박주영을 한 차례 대표팀에 합류시켜 테스트했지만,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바로 내쳤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면 해외파이건, K리거이건 구분하지 않았다.

● 경험·실속 모두 챙긴 ‘슈틸리케호’

슈틸리케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깊이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선수 구성과 활용에서도 드러난다. 월드컵대표팀은 젊음을 강조했다. 이동국(36·전북현대), 차두리(35·FC서울) 등 베테랑 선수들이 제외됐다. 강한 체력과 압박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경험도 중시했다. 이동국의 부상을 아쉬워했으며, 차두리의 경험에 기대를 걸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 곽태휘(34·알 힐랄)를 중용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보란 듯이 보답했다. 차두리는 활력을, 곽태휘는 수비 안정을 가져다줬다.

K리거들도 ‘알차게’ 활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대표팀 소집에 앞서 제주도로 K리그, 중국리그 선수들을 소집해 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정협(24·상주상무)은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 속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2골을 터트리며 대표팀의 새 골잡이로 부상했다. 이처럼 폭을 넓힌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활용법은 대표팀이 이청용(27·볼튼), 구자철(26·마인츠)의 부상 이탈에도 흔들리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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