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갚으면 성관계” 성노예각서 강요 혐의 세무공무원 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18시 27분


코멘트
한 세무공무원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돈을 갚지 못하면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성노예 각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7일 피해 여성에게 돈을 빌려준 뒤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알아낸 혐의(강요죄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대전지방국세청 청주지역 세무서 8급 공무원 A 씨(35·8급)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피해 여성인 김모 씨(38)를 성매매업소에서 알게 돼 친분을 쌓아오다 사채 이자를 힘들어하자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을 빌려줬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김 씨에게 ‘매달 원금과 년 40%의 이자를 상환하고, 이를 어길시 징벌로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노예 계약서’를 작성토록 했다.

실제 A 씨는 김 씨가 상환 기일을 지키지 않자 “차용증 내용처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덕 사채업자에게 넘겨 외딴 섬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해 모두 26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 A 씨는 상환 일자를 하루라도 넘기면 성관계를 요구했다. 또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평생 노예로 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섬으로 팔려가고 싶으냐’, ‘노예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또 2013년 2월 대전지방국세청 모 세무서 전산망에 무단으로 접속해 김 씨와 그 가족의 세무 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를 바탕으로 “네 가족이 누군지, 주소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했을 뿐 만 아니라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협했다”며 “강요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국세청 전산망을 열람한 것은 인정했으나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선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김 씨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검찰조차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불구속 지휘했다”며 “돈을 갚지 않으려고 공무원 신분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만큼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