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A부터 Z까지… 책상 하나만 빌리면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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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현장, 활황의 주역]
[美 혁신비즈니스, 현장을 가다]<上>사무공간 임대 서비스

넉넉한 휴게실-컴퓨터실에 여름캠프까지… 신개념 창업 지원 미국 뉴욕 맨해튼 위워크 건물에는 300여 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신개념 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에서 1인 기업인들은 쾌적한 대형 휴게실을 자기 집처럼 사용하고(위 
사진) 공동 컴퓨터실에서 사무를 본다(아래 왼쪽 사진). 위워크 여름 캠프는 돈 버는 어려움을 서로 달래는 공감의 장이다(아래 
오른쪽 사진).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위워크 제공
넉넉한 휴게실-컴퓨터실에 여름캠프까지… 신개념 창업 지원 미국 뉴욕 맨해튼 위워크 건물에는 300여 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신개념 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에서 1인 기업인들은 쾌적한 대형 휴게실을 자기 집처럼 사용하고(위 사진) 공동 컴퓨터실에서 사무를 본다(아래 왼쪽 사진). 위워크 여름 캠프는 돈 버는 어려움을 서로 달래는 공감의 장이다(아래 오른쪽 사진).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위워크 제공
미국 뉴욕의 새로운 비즈니스 사례로 꼽히는 ‘위워크(WE WORK)’는 창업자들을 겨냥한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뉴욕 맨해튼의 배릭 스트리트에 있는 위워크는 밖에서 보면 허름한 대형 벽돌 창고 같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벌어진다. 1층엔 호텔 로비만큼 넓은 공간에 소파, 탁자 등이 배치돼 있고 20∼40대로 보이는 남녀들이 2∼6명씩 모여 앉아 차를 마시거나 회의를 하고 있다. 한쪽 구석엔 게임기도 있었다. 로비 뒤편으로 가니 ‘컬럼비아대 창업 연구소’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고 그 안엔 40∼50명이 대형 탁자 3개 앞에 나눠 앉아 컴퓨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4∼6층엔 소형 영화관, 바 형식의 간이식당, 무료 맥주 코너 등 각종 편의시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마치 직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근로 및 복지 환경을 제공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사무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맨해튼에만 위워크 사무실은 13곳이나 있다.

이 빌딩엔 1인 기업을 포함해 중소기업 300여 개가 입주해 있다. 1인 기업의 경우 책상 하나만 빌리면 모든 편의시설을 자기 집처럼 이용할 수 있다.

경제 전문 주간지 포천에 따르면 위워크에서 처음 둥지를 틀고 창업해서 개별 사무 공간을 가진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수백 개에 이른다. 비즈니스위크, 포브스 등도 앞다퉈 다룰 정도로 위워크는 많이 유명해졌다.

위워크는 2011년 매슈 샴파인, 애덤 뉴먼, 제시 미들턴 등 3명의 20대 사업가가 설립했다. 설립 4년 만에 워싱턴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마이애미 등 미 전역에 지부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네덜란드 영국에도 진출해 있다.

위워크에 입주한 기업들은 사무실 크기에 따라 적게는 400달러(책상 하나)에서 많게는 3000달러(6인용 사무실)의 월세를 낸다. 비용도 싸지만 앞서도 언급한, 제공받는 서비스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한 백인 여성 입주자는 기자에게 “인터넷 정보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데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창업 연구소에서 좋은 아이디어와 정보도 제공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다른 창업을 하나 더 구상 중인데 그 사무실도 이곳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회장인 크리스토프 고더 씨는 “위워크에 입주한다는 건 뉴욕 안의 혁신적이고 열정적인 인재들을 한꺼번에 직장 동료로 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워크는 단순하게 업무공간만을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입주한 창업인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창업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각 지역에 있는 위워크 사무실은 커뮤니티 매니저가 있어 창업인들의 애로 사항을 들어주고 유명 기업인 초청 강연이나 최신 정보 서비스 제공을 책임진다. 매주 비즈니스 교육이나 입주자들 간 교류와 네트워킹을 위한 활동 일정이 사전에 공지되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행사를 찾아서 참석하면 된다.

설계업을 하는 한국인 텍서 남 씨는 “집세가 비싼 뉴욕에서 사무공간 마련이나 유지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 기업 활동이나 사업 확장에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맨해튼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창업 지원 서비스 기업 ERA(Entrepreneurs Roundtable Accelerators)도 같은 맥락이다. ‘될성부른’ 창업 아이템을 선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위워크보다 더 적극적이다. ERA는 매년 두 차례 각각 1500개 안팎의 1인 또는 중소기업의 창업 지원 서류를 받아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기업 10개씩을 선발한다. 이렇게 선정되는 기업은 창업절차 마케팅 법률 재무 세무 등 각 영역의 전문가 250여 명을 자기 직원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사무공간과 창업 지원금 4만 달러도 제공받는다.

ERA는 이런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이 신생 기업들의 일정 지분(10% 미만)을 갖는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ERA를 거치면 기업 가치가 최소 10배 이상 뛴다’는 입소문이 뉴욕뿐 아니라 미국 내 소규모 창업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

위워크와 ERA가 창업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면 ‘리저스(Regus)’는 각종 출장이나 행사, 해외 진출 고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일정 비용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 세계 100여 개의 주요 도시에 거의 빠짐없이 있는 2000여 개의 리저스 사무공간을 24시간 365일 마치 자기 회사 현지 법인이나 출장소처럼 사용할 수 있다. 바이어와 만나기 위해 별도로 호텔 연회장이나 고급 식당 같은 곳을 비싸게 이용할 필요가 없다. 현지 리저스 직원들이 각종 행사 준비를 도와주기 때문에 인건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 같은 창의적 혁신 기업들은 미국 경제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뉴욕 시는 2020년까지 총 100만 명의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주미한국상공회의소(코참) 수석부회장인 김현철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장은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은 살아나는 미국 경제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서비스업, 제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혁신 DNA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위워크#비즈니스#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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