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어요”… 호텔 공급과잉의 역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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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수익성 악화 우려 비즈니스호텔 사업지 3곳 해외로
최근 앞다퉈 객실 늘리기 경쟁… 2015년들어 특1급도 절반가까이 빈방

롯데호텔이 국내 호텔의 공급 과잉을 이유로 신규 비즈니스호텔 사업지 일부를 해외로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최근 국내 비즈니스호텔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새로 지으려던 10여 곳의 국내 비즈니스호텔 사업지 중 3곳을 해외로 바꿨다. 정부가 최근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라 2017년까지 호텔 객실 5000개를 확충하는 안을 내놓은 가운데 롯데호텔의 이번 사업계획 수정은 정부와 업계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드러내 보이게 됐다.

○ 롯데는 왜 비즈니스호텔 사업을 줄이는가

주로 특1급 호텔을 지어온 롯데호텔은 특2급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롯데시티호텔’을 2009년 서울 마포에 처음 선보였다. 롯데시티호텔은 김포공항(2011년), 충남 대전과 서울 구로(2014년)에 이어 올해에는 경남 울산과 서울 명동에 연다. 올해 말부터는 ‘롯데 라이프스타일호텔’이라는 새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하려다가 이번에 확 방향을 튼 것이다.

업계에서는 2010∼2012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주요 기업들이 뛰어든 호텔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고 있다. 호텔 수요가 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국내 호텔 점유율은 매년 떨어지고 있으며 가격을 크게 낮춰 출혈 경쟁을 벌이는 호텔이 적지 않다.

본보가 지난달 서울 시내 특1급∼3등급 관광호텔 27곳의 객실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특1, 특2급은 평균 70%, 1∼3급은 평균 56%에 그쳤다. 특히 강남구 논현동 2등급 호텔의 점유율은 10%에 불과했다. 시설투자와 인건비 비율이 높은 호텔 업계에서는 객실 점유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333실 규모의 특1급 호텔의 경우, 2011년 91.8%였던 객실 점유율이 87.4%(2012년) 84.0%(2013년) 89.2%(2014년)를 기록하더니 올 1월 58.6%로 급감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중소 호텔들은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경매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 국내 호텔 객실, 정말로 부족한가

최근 정부는 2017년까지 호텔 객실을 5000개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와 이들의 호텔 이용률을 감안하면 호텔 객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의 근거가 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4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는 허점이 있다고 호텔 업계는 지적한다.

이 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작성하는 설문지에는 관광호텔과 ‘호텔’ 간판만 달고 장사하는 숙박업소에 대한 구분이 없다. 이름만 호텔인 ‘사실상’ 모텔에서 숙박했어도 호텔에서 묵었다고 답했을 가능성이 배제됐다. 이 때문에 연구원 측은 2013년 국내 호텔에 묵은 외국 관광객을 전체의 73.5%로 봤지만, 업계에서는 10% 정도밖에 안 된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정식 숙박업소로 등록되지 않은 서비스드 레지던스나 이름만 호텔인 모텔, 게스트하우스 같은 ‘유사호텔’로 몰리고 있다. 기존 건물을 개조해 ‘호텔’이라는 간판을 걸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내놓은 호텔리츠 산업 육성, 규제완화 등이 정책 효과를 내면 호텔 설립의 걸림돌이 해소돼 총 5000실의 호텔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최고야 / 세종=김준일 기자
#롯데#호텔#공급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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