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法을 카메라에 담아 소통하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5년전 사시합격 정재영씨, 한예종서 영화 공부후 사법연수

법조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인 정재영 씨가 19일 사법연수원 앞에서 자신의 카메라로 연수원 곳곳을 촬영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법조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인 정재영 씨가 19일 사법연수원 앞에서 자신의 카메라로 연수원 곳곳을 촬영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사법연수원은 제게 영상과 저작권 공부 기회를 준 ‘꿈의 사다리’였습니다.”

44기 수료식이 열린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수료식을 앞두고 말끔한 정장 차림에 두꺼운 카메라 줄을 목에 건 한 청년이 하얗게 눈 덮인 연수원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사법연수원 수료생 1호인 정재영 씨(30)였다.

한양대 법학과 05학번인 정 씨는 201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연수원 입소를 2년 미루고 한예종 영화과 11학번 새내기로 입학했다. 대학에서 우연히 들은 교양수업에서 영상의 매력에 빠진 것. 사법시험 합격도 정 씨의 영상에 대한 꿈을 막지 못했다. 연수원에서 그는 엔터테인먼트법학회를 만들어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고양시민과 함께한 ‘법문화 축제’에서는 연수생들과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멘토-멘티 만남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상영했다.

연수생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저작권협회(CISAC)에 대체 실무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유럽 각국의 음악저작권협회를 다니며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독일은 자국의 저작권을 수호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 ‘유튜브’와 소송전이 한창이었다. 경제위기에 빠진 스페인은 저작권료 징수가 어렵고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1847년 프랑스 작곡가 에르네스트 부르제가 카페에서 자신의 샹송을 듣고 ‘공짜 커피’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 난 후 ‘음악 저작권’ 협회를 만들었습니다. 법 이야기도 재밌는 콩트 같지 않나요?”

산간 도서 마을에 찾아가 법률 상담을 해주는 ‘무변촌 프로젝트’도 정 씨가 동기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법률 상담차 갔다가 기상 악화로 뱃길이 끊겨 9일간 머문 울릉도에선 가격 담합 의혹이 있는 주유소 업주들을 설득해 기름값을 L당 100원 내리도록 하기도 했다. 다음 달 공익법무관으로 임관하는 정 씨는 영상 제작 ‘내공’을 키우기 위해 기초가 되는 사진과 조명 공부를 시작했다.

“법조계 바깥에서 본 모습과 안에서 느끼는 모습이 참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겪게 될 법조계를 영상에 담아 사회와 소통하고 싶습니다.” 올해 509명이 수료한 사법연수원은 내년부터 연수생이 200∼300명으로 줄어든다. 예정대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2020년 49기 연수생 수료식이 마지막이 된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