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 참사’ 2014년만 세번째… ‘말레이의 악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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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또… 말레이 항공사고
3월 베이징 가던 항공기 실종… 광범한 수색에도 동체 못찾아
7월엔 우크라 상공서 미사일 피격 298명 사망… 원인 규명 못해
이번 사고까지 합치면 699명 희생



“또 말레이시아 항공사인가.”

28일 에어아시아 QZ8501기 추락 소식이 알려지자 말레이시아는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추락한 여객기는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소속으로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저비용항공사 에어아시아의 자회사다. 에어아시아그룹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 역시 말레이시아인이다. 탑승객 가족들은 이날 사고기 출발지인 인도네시아 주안다 공항에 모여 가족의 생사 확인에 애를 태우고 있다. AP통신은 “가족들이 넋을 놓고 눈물만 흘리고 있다. 수색과 구조 정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에어아시아 측이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신속히 전하지 않아 뉴스를 듣고 공항에 몰려온 사람들도 많았다. 공항에 나온 한 여성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친지 6명이 싱가포르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사고기에 탔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올해 세계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 사고들이 모두 말레이시아와 연계돼 있어 이번 사고를 접한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좌절과 무력감을 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번 사고기 탑승객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날 경우 말레이시아와 관련된 항공 사고만으로 올해 모두 699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 된다. 항공기사고기록기구(B3A)가 발표한 지난해 전 세계 항공 사고 사망자 459명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말레이시아 항공 사고 악몽은 올 3월부터 시작됐다. 3월 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MH370기가 이륙 50분 만에 실종됐다. 이후 지금까지 9개월이 넘도록 20여 개 국가가 수색을 하고 있지만 실종기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번에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은 당시 MH370기가 마지막 교신을 보낸 말레이시아 해역에서 항공기로 1시간 거리의 인근 지역이다.

국제 항공기구와 관련국 정보기관이 총동원됐지만 사고 원인도 밝혀내지 못했다. 기장과 테러 단체의 연계 가능성, 부기장의 자살설 등이 제기됐지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국 군사시설에 자폭하려는 계획을 눈치 챈 미군이 사전에 격추시켰다는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실종기 수색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이 사건은 결국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실종기를 추적해 온 작가 겸 저널리스트 나이절 코손 씨는 25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종기는 찾을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인도양의 추락 예상 지점은 우리에게 달 표면보다도 더 알려지지 않은 곳이며, 기상 상황이 늘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MH370기 실종 못지않은 끔찍한 사고가 4개월 후 또 일어났다. 말레이시아항공 MH17기가 7월 17일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제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생명을 잃었다. 사망자는 네덜란드인 189명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호주 등 11개국 국민 298명(승무원 15명 포함)이다. 이 사건에 대해 미국 정보 당국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러시아제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을 쏴 비행기를 격추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전 세계가 분노에 휩싸였지만 러시아와 친러시아 반군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두 사건으로 총 537명이 사망했고 말레이시아항공은 사실상 파산에 직면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개입해 지분 매각을 통한 회생 방안 등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말레이시아는 27일부터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인한 홍수로 최소 5명이 숨지고 13만여 명이 대피하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나집 라작 총리는 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미국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해 이날 헬리콥터 편으로 수해 지역을 둘러보고 구조작업과 피해 복구 활동을 독려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말레이시아 항공 사고#에어아시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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