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서류 꾸며 경찰서 예정지를 상업지로… 1000억 차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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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신대지구 공공용지 비리… 공모한 시행사 대표-공무원 구속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가짜 서류를 끼워 넣는 수법으로 경찰서 등 공공청사가 들어설 땅을 상업용지로 몰래 바꾸고 땅값을 올린 뒤 거액을 챙긴 개발회사 대표와 이를 도와준 공무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 개발시행사인 S사 대표 이모 씨(40)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8급 공무원 김모 씨(34)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신대지구 내 경찰서와 소방서, 방송국이 들어설 공공용지 3만3000m²가량(약 1만 평)을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업무시설용으로 용도를 둔갑시킨 혐의다. 김 씨는 전남도청 등의 심의 과정에서 해당 용지를 변경시키는 데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꾸미는 수법으로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서류를 통한 용도변경은 3년 3개월간 이뤄졌고 심의 절차가 최소 6회 이상 진행됐지만 이 같은 수법이 적발되지 않았다. 지자체의 허술한 심의 과정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다른 담당자들이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의 과정에서 가짜 서류가 적발되지 않자 자유구역청은 전남도지사의 관인을 찍어 용도변경 사실을 관보에 게재했다. 용도가 변경되자 해당 용지는 물론 인접한 땅까지 2배가량 값이 뛰어올랐고, 이 용지를 매각한 S사 측은 1000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김 씨가 어떤 대가를 받고 범행에 나섰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윗선의 개입이나 심의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확인 중이다. 검찰은 부당한 수익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면 이를 환수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대지구는 전남 여수 순천 광양시와 경남 하동군에 걸쳐 조성된 5개 산업단지의 배후도시로 면적 300만 m²(90만여 평)에 아파트 1만2000채가 들어서는 택지개발지구다.

자칫 묻힐 뻔한 이번 비리는 순천경찰서가 지난해 신대지구에 새 청사 건축을 추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공용지의 용도가 변경돼 땅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신축 계획을 포기했던 것. 이를 확인한 순천시의회는 지난해 7월 감사원에 불법 용도변경이며 비리가 개입했을 개연성이 큰 만큼 감사를 벌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감사원은 자유구역청에 ‘해당 용지를 다시 공공용지로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땅을 산 일부 피해자들은 “관보를 믿고 거액을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용도를 바꾸면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 신대지구#순천 신대지구 공공용지 비리#용지 용도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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