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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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처스 해킹 배후 결론… 北 “백악관 겨냥 초강경 대응전” 위협

‘혁명성지’ 백두산 오른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정일 사망 3주기(17일)에 앞서 
지난달 말 백두산에 오른 모습이 20일 공개됐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혁명의 성산’으로 꼽히는 백두산에 오른 것은 자신의 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리려는 상징적인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혁명성지’ 백두산 오른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정일 사망 3주기(17일)에 앞서 지난달 말 백두산에 오른 모습이 20일 공개됐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혁명의 성산’으로 꼽히는 백두산에 오른 것은 자신의 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리려는 상징적인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암살을 다룬 ‘인터뷰’ 상영을 막기 위해 소니픽처스의 전산망을 해킹하는 ‘충성 범죄’를 저지른 결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고 북-미 관계가 악화되는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CNN 인터뷰에서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사이버 반달리즘’(사이버 무기를 이용해 문화 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으로 규정하고 “비용과 대가가 매우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번 테러를 전쟁 행위로 보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건과 새로운 금융제재 등의 대응 방안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미국이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일본 영국 호주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에도 공조를 요청하는 협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에서 연 송년 기자회견에서 “현재 검토 중인 다양한 대응 방안이 보고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이번 범죄의 속성에 맞춰 비례적이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옵션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21일 성명을 내고 “오바마가 선포한 ‘비례성 대응’을 초월해 백악관과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사이버전을 포함한 모든 전쟁에서 미국과 대결할 만반의 준비를 다 갖췄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을 감행하자 다음 해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이로 인해 각종 제재가 잇따르자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이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

북한을 이 명단에서 빼준 인물은 취임 직후 김정일 체제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이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한 부시 행정부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앞세워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켰고 2008년 북한이 영변 핵시설 단지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대가로 그해 10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후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행위의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이 실제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해와 공갈 및 협박에도 물리적 테러와 동등하게 대응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아 실제 재지정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한편 미국이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은 한미 양국의 긴밀한 정보 교류 덕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을 소니 해킹 주범으로 단정한 핵심 증거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진 농협과 일부 언론사 등에 대한 북한의 해킹 수법이 이번과 일치한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보기관이 관련 자료를 미국 측에 상세하게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FBI는 이 같은 수사 결과를 19일 발표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확인하면서 “소니픽처스가 영화 상영을 취소한 것은 큰 실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인터뷰#소니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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