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인기예능 한 편에 광고 32개서 48개로 늘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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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광고총량제 도입 강행
프로그램 시간 100분의 10에서 100분의 15로 50% 껑충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 비판 일어… 유선방송은 100분의 17 ‘그대로’
유료사업자 경영난 심화 현실로… 케이블TV協, 전면 재검토 요구

앞으로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보려면 본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15초짜리 프로그램 광고를 48개(12분)까지 봐야 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에도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로서는 ‘광고 홍수’의 시대에 살게 되는 셈이다.

○ 지상파에 안긴 연말 선물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최성준 방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식 보고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 광고는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10, 토막 광고는 1분 30초 2회 이내 등 개별 광고규제를 받고 있다. 방통위는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15 이내에서 광고 종류와 상관없이 편성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15초 광고 단가가 최대 1500만 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광고를 50%나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80분짜리 무한도전의 경우 현재 32개의 프로그램 광고만 편성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48개로 늘 수 있다.

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시간당 평균 10분’(약 17%)에서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100분의 17’로 거의 변화가 없다. 17일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전문위)에서는 “유료방송의 경우 프로그램당 최대 100분의 25까지 허용하거나 일일총량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가 결국 전문위를 ‘지상파 편들기’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들러리로 세운 것이다.

방통위는 곧바로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한 뒤 법정기한인 4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 광고제도 개선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가 증가하게 되면 그만큼의 수익을 오로지 콘텐츠 제작에만 투자하길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료방송 업계는 ‘비상등’

방송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이 전체 산업이 아닌 지상파만을 위한 불공정한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케이블TV협회 산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상파 편향적인 광고정책은 PP들의 밥을 빼앗아 지상파의 밥그릇에 얹어주는 일”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실제 방송업계에서는 광고총량제 덕분에 지상파 방송사가 최소 1000억 원, 많게는 2500억 원까지 광고물량을 더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광고총량제로 수많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경영난이 현실화하면서 방송산업계 전반의 침체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2014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액은 2조733억 원으로 전체 방송광고 매출액 3조4763억 원의 59.6%를 차지했다. 게다가 지상파 3사는 광고 매출액 감소분을 계열 PP로의 프로그램 판매, 주문형비디오(VOD) 등으로 충분히 메우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어려움은 광고 감소가 아닌 국제 스포츠대회에 대한 과도한 중계료 지출, 지나친 임직원 복지혜택 등 방만한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영 합리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도 않으면서 광고 수주 체계를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건 경영난을 다른 사업자에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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