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가 감금, 도와주세요” 신고에 강력팀까지 출동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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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동생이 깡패에게 감금돼 있어요. 도와주세요.”

14일 오전 5시경 서울 도봉경찰서 소속 경찰관 11명은 서울 도봉구의 한 상가 건물로 출동했다. 신고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 씨(36)가 깡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맞고 감금돼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 김 씨를 구하기 위해 강력팀, 해당 파출소 야간 근무자들이 총 출동했지만 막상 현장은 예상과 달랐다. 감금돼 있다던 김 씨는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함께 있던 남성 10여 명은 경찰이 도착하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전자제품을 보관하는 사무실 곳곳에서 트럼프 카드 뭉치가 발견됐다.

경찰이 출동한 이곳은 사실 도박장이었다. 김 씨는 속칭 ‘바둑이’라는 카드 도박을 하다 자신이 가져온 250만 원은 물론 나모 씨(35)에게 빌린 돈 300만 원까지 모두 잃었다. 순식간에 수백만 원의 돈을 잃은 김 씨는 담배를 피우러 가겠다며 밖으로 나가려했다. 하지만 이를 도망가는 것으로 안 나 씨에게 붙잡혀 수차례 뺨을 맞았다. 김 씨는 머리를 굴려 몰래 아는 형에게 ‘돈을 갚지 못해 감금돼 있다. 돈 300만 원만 갖다달라’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국 고스란히 본인의 도박 사실을 경찰에 털어놓는 꼴이 됐다. 돈을 가져오길 기대했던 지인이 현장에 오는 대신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김 씨 등 7명을 도박 혐의로, 나 씨 등 2명을 폭행 및 감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사무실을 빌려 도박장을 연 이모 씨(38)와 도박을 방조한 김모 씨(36) 등 4명도 함께 입건됐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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