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백연상]서울시 건물 거저 쓰면서 보조금까지 받는 민노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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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상·사회부
백연상·사회부
노동운동이든 시민운동이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감시해야 할 일이 많은데 오히려 돈을 받으면 그 단체나 기관의 ‘칼날’이 서서히 무뎌질 것을 우려하는 탓이다. 그래서 뜻있는 시민단체들은 형편이 어려워도 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고 꿋꿋하게 소신을 지켜가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을 이끌어왔다고 자평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시로부터 지난해 3억8000만 원, 올해는 36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정책 연구를 위한 토론회 개최와 홍보사업 등을 위한 비용이었다. 서울본부는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 18동에 터를 잡고 있다. 서울시가 수행해야 할 노동 상담 등을 서울본부가 해준다는 명목으로 이 건물을 공짜로 쓰고, 수도료와 전기료까지 지난해부터 연간 1억 원 가까운 비용도 별도로 보조받는 등 최근 2년 동안 6억 원 넘는 돈을 지원 받은 셈이다.

보조금 문제는 그동안 민주노총 내에서도 논란거리였다. 민주노총은 2001년 10월 대의원대회를 열고 ‘보조금을 받되 건물 유지를 위한 최소관리비로 제한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돈을 매개로 한 통제와 정부와의 유착 가능성’은 오랫동안 민주노총이 다른 노동단체를 어용노조라고 부르는 이유가 되는 동시에 민주노총의 도덕적 정당성을 자부하는 근거가 돼 왔다. 하지만 야당 시장이 취임하고부터 이런 원칙이 무너지는 듯하다.

다른 비영리 민간단체(NPO)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지난해 서울시내 141개 NPO에 지원된 금액은 19억4300만 원. 이들 단체와 비교하면 민주노총 단 한 곳이 받은 보조금은 141개 단체 총 지원금액의 20%에 달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이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한 돈이 아닌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운영돼야 자주성이 확립된다”고 밝혔다. 다음 달 3일 열리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도 ‘보조금 반납’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있을 정도다. 물론 돈을 준 서울시나 이를 받은 민주노총 어느 쪽도 ‘지원금 때문에 서로 봐주거나 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서울시가 선명성을 강조하는 단체에 적지 않은 돈을 지원하는 모습을 본 시민들이 이런 설명을 얼마나 신뢰할지 의문이다.

백연상·사회부 baek@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민주노총 서울시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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