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총학 선거 ‘비방전’만 난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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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무관심속 흑색선전 등 정치판 답습… “총학 정통성 위기”
서울대 투표율 못채워 “2015년에”… 동국대선 “후보가 시험 부정행위”
도어록-대피용 미끄럼틀 설치등… 세월호 여파 ‘안전공약’ 쏟아져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총학생회 선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용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다.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총학 선거의 관심도 덩달아 줄고 있었지만 올해는 주요 대학들마저 파행 위기에 놓일 정도다. 투표율이 개표 기준을 넘지 못하는가 하면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한 학교도 있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부정선거 시비로 갈등이 불거지는 등 기성 정치판과 다름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 ‘그들만의 리그’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 하락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17일부터 나흘간 투표가 실시됐다. 최종 투표율은 36.5%. 개표 기준인 50%에 크게 못 미쳤다. 결국 21일부터 26일까지(주말 제외) 추가 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은 46.9%로 절반을 넘기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학내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올해 이경환 전 총학생회장이 학사경고 누적(네 차례)으로 제명된 상태에서 이번에 유일하게 출마한 선거운동본부가 전 학생회를 계승하겠다며 같은 선거본부 이름(디테일)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최종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내년 3, 4월경 재투표를 한다.

한국외국어대에서는 이달 12일까지 후보 등록 기간이었으나 단 한 명도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 추가 입후보자도 없어 결국 선거는 내년 4월로 연기됐다. 한국외국어대에서는 후보 미등록, 투표율 미달 등으로 제때 총학생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어간 게 벌써 4년째에 이른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집단적 공동체의식 약화와 학생들의 개인주의화가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학생회가 정통성을 잃으면 등록금 등의 이슈에서 학교와의 대화 창구가 상실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 기성 정치판과 ‘판박이’

부정선거 시비, 자격 미달 논란 등 기성 정치판에서 보던 이슈들을 올해는 대학 선거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려대에서는 당초 12월 3일부터 사흘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일주일 미뤄졌다. 지난해 선거 때 부정이 있었던 사실이 이달 초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거 때 당선된 선거본부 측이 홍보물 제작 기준(1만 부)을 어기는 등 학생회칙 일부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문제가 된 총학생회장단은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해당 학생회와 같은 정치적 성향의 학생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대 대자보가 게시되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이달 중순 동국대에서는 일부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특정 선거본부의 현수막 2개를 훼손했고 한 후보자의 시험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됐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경기 안산시)에서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며 후보 간 고발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 너도나도 “안전한 캠퍼스”

올해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대학가에도 ‘안전 공약’이 대거 등장했다. 서울대 ‘디테일’ 선거본부는 △건물별 마스터키 도어 록 설치 △재난 문자발송 시스템 구축 △경고방송 시스템 구축 등을 내걸었다. 올해 8월 화재사고가 났던 서울대 공대 건물에 안전대피용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올해 3월 백양로 공사현장에서 가스가 누출됐던 연세대에서는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 측 모두 안전 공약을 집중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너지’ 선거본부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 때 책임자 안전교육을 반드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초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앞서 미리 학생 대표자들에게 시설 교통 보험 등과 관련된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 ‘더블유’ 선거본부는 신축 중인 건물의 안전검사자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기숙사길 가로등 증설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희대 ‘오늘의 경희’ 선거본부 역시 학생들이 학내 안전이 우려되는 곳을 찍어 총학 페이스북에 올리면 학생회장단이 직접 상태를 점검하는 ‘경희 파파라치’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이철호 기자
#대학#총학생회#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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