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4일 상정 북한인권법, 또 뭉개면 유엔 앞에 부끄러울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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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오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을 상정한다. 북한인권법안은 2005년 처음 발의된 이래 10년간 국회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해본 적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계속 “실효성도 의문이고 북한 정권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상황의 책임을 물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한 결의안이 지난주 유엔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것과 대비된다. 대한민국 국회가 유엔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반드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은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 보존소를 설치하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인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 설립하는 북한인권재단에서는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대북(對北) 인도적 지원을 맡도록 했다. 새정치연합이 만든 북한인권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111개국이 결의안을 채택했는데도 북한이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전면 배격을 선언한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북한 정권에 온정적이고 북한인권법 제정에는 부정적인 것처럼 비쳤던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문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대북전단 살포, 기획탈북 단체 예산지원 등 몇 가지만 양보한다면 처리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북전단을 날리는 날짜와 장소를 공개해 북한의 반발과 주민의 불안을 초래하는 일부 단체의 움직임은 자제돼야 한다. 그렇다고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자유의 소식을 전달하는 정보 제공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뒤 강제 송환과 아사(餓死)의 위험에서 헤매는 동포들을 외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도 대북 민간단체 지원, 대북 라디오방송 후원, 탈북난민 보호 등 적극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햇볕정책 업그레이드’하듯 북한인권법을 대북지원법안으로 변질시킨다면 북한 김정은 정권만 돕는 꼴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어제 유엔의 대북 결의를 노골적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이 땅에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며 핵 협박을 되풀이했다. 김정은 집단이 핵을 쥐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일깨워주는 반응이다. 북의 협박에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국내외의 노력이 위축돼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인권법#유엔#국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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