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자신감 하은주, 눈빛이 달라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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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경기 우승… 밝아진 신한은행 기둥
부상 후유증에 오래 뛰진 못해도 4경기 평균 5득점 3.3리바운드 활약
“두시즌 동안 뺏긴 트로피 찾아야죠”
국민은행 꺾고 홈개막전 승리 장식

WKBL 제공
WKBL 제공
눈빛은 진지했고 말투는 편안했다. 올 시즌 목표를 묻자 단번에 “우승”이라고 답했다. 하은주(31·신한은행·사진)가 달라졌다. 부상으로 잃어버린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과 ‘국보급 센터’로서의 존재감을 되찾게 해준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이 변화의 원천이다.

소속팀 신한은행은 1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국민은행을 62-57로 꺾고 홈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연고지를 안산에서 인천으로 옮기면서 홈 개막전을 늦게 치렀다. 하은주는 이날 경기까지 올 시즌 4경기에 출전해 평균 13분 33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경기당 5득점 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부상 후유증 탓에 장시간 경기를 뛰는 것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정인교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 주시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은주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아시아경기가 상승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다른 시즌보다 2, 3개월 빨리 몸을 만들었고 아시아경기 기간 꾸준히 체력단련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올 시즌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는 조급함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에 바닥을 맛봤잖아요. 더 떨어질 곳이 없었어요. 이제 코트에서든, 벤치에서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고참이니까 어린 선수들을 경기 외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뭐든 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해야죠.”

지난 시즌 그는 외로웠다. 개막 후 3경기 만에 부상을 당해 두 달여를 쉬었다. 돌아온 뒤에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이미 하은주 없는 신한은행이 굳건해져 있었다. 코트에 들어가도 동료들에게 섞여 들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정신력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올 시즌은 코트에서 뛰지 못해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로 부임한 정인교 감독(45)의 역할도 컸다. 정 감독은 부임 뒤 ‘하은주 살리기’를 과제로 꼽았었다. 무너져 있던 하은주를 다독이며 함께 해 나가자고 말해준 정 감독 덕분에 하은주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자신감도 얻었다. 하은주는 인천 아시아경기 전까지 대표팀에서 부진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았다. 대표팀을 맡은 위성우 감독(43·우리은행)은 코치로 6년간 신한은행에서 함께한 사이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 수석 트레이너를 파견 형식으로 대표팀에 부르는 등 하은주의 몸 상태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그땐 코트를 밟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위 감독님을 포함해 코치님들, 고참 언니들 모두 도와준 덕분이었죠.”

올 시즌 하은주는 소속팀 신한은행에 우승 트로피를 다시 안기고 싶다. 신한은행은 2011∼2012시즌까지 6연패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에는 우리은행에 내리 우승을 내줬다. 그 생각만 하면 하은주는 마음이 무겁다.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다.

“하은주가 들어가면 구멍이라는 말이 너무 싫었어요. 이제 하은주가 들어가면 골밑이 단단하다는 소리를 듣게 만들 거예요. 우리은행이 3연패하게 놔두면 안 되잖아요. 우승컵 다시 가져와야죠(웃음).”

인천=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하은주#신한은행#여자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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