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종말?… ‘Y염색체 소멸론’ 놓고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인간의 X 염색체(왼쪽)와 Y 염색체(오른쪽)의 실제 모습. 네이처
인간의 X 염색체(왼쪽)와 Y 염색체(오른쪽)의 실제 모습. 네이처
사람의 염색체 23쌍(46개) 가운데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염색체는 마지막 23번째 쌍에 있다. 여성은 X 염색체 2개가 한 쌍을 이루지만 남성은 X, Y 염색체가 1개씩 쌍을 이룬다. 최근 남성을 만드는 Y 염색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화제다.

Y 염색체가 담고 있는 유전자는 현재 78개가 밝혀졌는데 이 중 20개가 실제로 기능한다고 알려졌다. Y 염색체의 핵심 역할은 정자를 만드는 일이다. 올해 1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정자를 만들 때 단 2개의 유전자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야마구치 야스히로 미국 하와이주립대 교수팀은 수컷 생쥐가 될 수정란의 Y 염색체에서 다른 유전자를 제거하고 ‘SRY(Sex-determining Region Y)’ 유전자와 ‘EIF2S3Y’ 유전자 2개만 남겼다. 그런데도 이 생쥐는 정상적으로 자라 정자를 만들었다. 성숙한 정자는 아니었지만 인공수정을 통해 새끼를 만들 수 있었고 이 새끼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자랐다. Y 염색체에 유전자 2개만 있어도 자손에게 유전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이 연구는 해당 유전자 2개를 다른 염색체로 이동시킨다면 Y 염색체가 아예 없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Y 염색체는 약 2억 년 전 처음 등장한 이래 꾸준히 줄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염색체가 쌍을 이룬 경우에는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서 보완하지만 X 염색체와 쌍을 이룬 Y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해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날 경우 해당 부위가 제거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제니퍼 그레이브스 호주국립대 교수는 “1000만 년 전까지 Y 염색체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며 현재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더지들쥐나 일부 고슴도치는 포유류이면서도 Y 염색체가 완전히 퇴화돼 Y 염색체가 없는 종도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페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이트헤드연구소 박사는 “2500만∼1000만 년 전 Y 염색체에서 사라진 유전자는 단 1개뿐”이라며 “Y 염색체는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과학동아 11월호에 실린 인간 성염색체의 주요 유전자 인포그래픽을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과학동아 11월호에 실린 인간 성염색체의 주요 유전자 인포그래픽을 볼 수 있습니다.
페이지 박사팀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사람과 침팬지, 붉은털원숭이 등 여러 종의 포유류에서 Y 염색체를 비교해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 12개를 찾아냈다. 특히 이 유전자가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와 쌍을 이룬다는 점에서 Y 염색체가 X 염색체와 한 쌍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4월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염색체#Y 염색체#남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