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뒤 열린 고등부 품새 단체전서 심판 부의장이 ‘밀어주기’ 지시
당시 심판 “경찰 조사때 동영상 보니 조작 부인 도저히 못하겠더라”
어느 팀이 이겼을까요… 당신의 생각과 반대입니다
“동작이 안 되는데 어떻게 이겨. 김 전무 아들이면 다야?” 지난해 7월 8일 ‘전국 추계 한마음태권도 선수권대회’가 열린 경기 의정부시의 한 대학 체육관이 고성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품새 고등부 4강전에서 패한 A팀 코치. 특정인 이름을 거론한 거친 항의였지만 심판과 이긴 팀 감독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했다.
지난해 5월 아들의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밀중 관장(당시 47세) 사건 이후 태권도 승부조작이 또 드러났다. 이번에도 특정인 아들을 위한 밀어주기였다.
문제의 대회 4강전 동영상을 확인하면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두 팀의 기량 차이가 컸다. 당시 서울시태권도협회 김모 전무(45)의 아들이 속한 서울 K고 팀은 4명이 출전했는데 품새 ‘금강’ 중 외발로 서는 자세에서 수차례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발차기 각도도 4명이 일치하지 못했다. A팀 코치가 “동작이 안 된다”고 항의한 부분이다. 반면 앞서 출전한 A팀은 3명이 한몸처럼 절도 있는 자세를 보였다. 관중석에서 “잘한다”는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5 대 0, 심판 전원 일치 K고 팀의 승리였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심판 5명은 승부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심판 이모 씨(45)는 “무조건 아니라고 뻗댈 작정이었는데 (경찰이) 동영상을 보여주니 부인할 수 없다”며 “승부조작이 맞다”고 진술했다.
승부조작은 대회를 주최한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의 겨루기 부문 심판 부의장인 김모 씨(62)가 주도했다. 김 씨는 K고 팀에 김 전무 아들이 속한 것을 확인하고 품새 담당 심판 부의장인 전모 씨(61)에게 “K고 팀을 잘 봐주라”고 지시했다. 전 씨는 경기 직전에 심판들을 불러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K고 팀은 대회 품새 고등부에서 우승했다. 김 군은 이 성적을 바탕으로 태권도 명문 Y대에 들어갔고 함께 출전한 K고 팀원 2명은 이 대회 우승 경력만으로 태권도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승부조작을 지시한 심판 부의장 김 씨와 전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심판 5명은 단순히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입건하지 않고 해당 단체에 수사 내용을 통보했다. 금전거래는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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