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풀어주고 최정 붙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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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ML가면 포스팅액 100억원 예상… 그 돈으로 FA 최대어에 베팅 가능
넥센도 강정호 보내고 거액 챙길듯
장원준은 FA라 이적료 못받아

국내 프로야구에서 풀타임 7시즌을 채운 SK 에이스 김광현(26)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임원일 SK 대표이사와 민경삼 SK 단장이 참석했다. 구단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김광현의 이적은 전력 면에서 볼 때 SK에 큰 손실이다. 하지만 SK로선 얻는 것도 적지 않다.

‘조건부 자유계약선수(FA)’인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많은 돈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되는 제도다. 이 경우 포스팅 금액, 즉 이적료는 SK의 몫이다.

2년 전 이맘때 한화 소속의 류현진은 이 제도를 통해 LA 다저스에 진출했는데 당시 포스팅 금액은 2573만 달러(약 271억 원)나 됐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 구단들의 1년 운영비는 대개 300억∼400억 원이다. 관중 수입과 마케팅 수입 등을 감안하면 순수 적자는 150억 원에서 200억 원 사이다.

류현진을 보내면서 받은 돈이면 1년 적자를 메우고도 남는다. 한화는 이때 비축한 돈으로 2013시즌 후 FA 시장에 나온 정근우와 이용규를 각각 4년간 70억 원과 67억 원에 데려왔다.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 비용은 500만∼1000만 달러(약 53억∼105억 원)로 예상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값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포스팅 금액이 얼마가 되든 SK는 이 돈을 무척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당장 FA 자격을 얻는 3루수 최정에게 거액의 베팅이 가능해진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오른손 거포 내야수 최정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몸값 100억 원(4년 기준)을 넘길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SK텔레콤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SK가 돈이 없는 구단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매년 거액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 야구단 처지로서는 김광현의 이적료가 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구단 재정이 넉넉지 않은 넥센도 7시즌을 뛴 거포 유격수 강정호의 해외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으로 갈 경우엔 포스팅 금액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때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KIA 왼손 에이스 양현종도 해외 진출에 성공한다면 역시 이적료는 구단의 차지다.

반면에 롯데 투수 장원준은 9시즌을 채운 완전한 FA 신분이라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롯데는 이적료를 받을 수 없다. 윤석민이 지난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했지만 원소속 팀 KIA가 한 푼도 받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풀타임#SK#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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