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 엄마 축하해요” “미안합니다”… 짧은 환송후… 진도는 또 기다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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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故황지현양 안산에 빈소

세월호 295번째 희생자인 경기 안산 단원고 황지현 양의 빈소가 마련된 30일 고려대안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안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세월호 295번째 희생자인 경기 안산 단원고 황지현 양의 빈소가 마련된 30일 고려대안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안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가슴은 무너지는데 담담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196일이나 기다렸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그냥 돌아왔구나’ 싶었다. 언제 철들까 싶던 곱디고운 얼굴은 사라졌다. 그래도 내 딸이었다. 그렇게 지현이가 내 품으로 돌아왔다.

30일 오전 7시경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단원고 2학년 3반 황지현 양(17)의 어머니 신명섭 씨(49·여)는 입고 있던 노란색 잠바를 조용히 벗었다. 그리고 4월 16일 처음 진도에 내려올 때 가져왔던 짐을 챙겼다.

오전 9시경 범정부사고대책본부로부터 전날 수습한 시신은 DNA 검사 결과 지현이가 맞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 씨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바닥의 한기를 막아주던 노란 이불을 한참 바라본 뒤 짧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이 다가왔다. 서로의 뺨을 어루만지며 연신 “축하한다” “미안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신 씨는 그렇게 딸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지현 양의 아버지 황인열 씨(51)는 시신과 함께 헬기를 타고 안산으로 향했다.

황 양의 부모가 떠난 체육관은 다시 적막해졌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넓은 체육관 안에 섬처럼 흩어져 있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날 오후 3시경 황 양의 빈소에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초원 교사(26·여)의 아버지 김성욱 씨(55)가 찾아왔다. 김 교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날은 김 교사의 생일이었다. 3반 제자들은 참사 전날 배 안에서 김 교사의 생일파티를 열었다. 공교롭게도 황 양의 시신은 그의 18번째 생일날 수습됐다. 김 씨는 “3반 학생들 가운데 지현이만 못 찾아서 그동안 속을 많이 태웠다”며 “초원이가 하늘에서도 자기 제자들을 챙길 것이다. 그 마음에 답해준 지현이에게 너무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황 양의 빈소에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가슴에 세월호 추모 배지를 단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친구를 마주하고는 금방 눈시울이 붉어졌다. 침묵 속에 조문을 마친 학생들은 조용히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황 양의 시신이 발견된 뒤 실종자 가족들은 새로운 수색 방식이 필요하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민관군 합동구조팀도 오랜만의 실종자 발견에 고무된 표정이지만 ‘더듬이식’ 수색의 한계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오늘 들어간 공간이 내일이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시신이 각종 부유물 때문에 보이지 않다가 물살에 풀리면서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도=박성진 psjin@donga.com / 안산=황성호 / 최혜령 기자
#세월호 참사#단원고 황지현#세월호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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