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괴물 쥐’ 생존 한계기온 발견…낙동강에만 98%,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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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도 이하 기온, 연간 17일 지속되면 생존 불가'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종인 남미 산 '괴물 쥐' 뉴트리아의 생존 한계 기온이 밝혀졌다. 연간 최대 '반경 49.1㎞'에 이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던 뉴트리아 서식지가 6년 넘게 낙동강 중류 이북으로 북상하지 못한 원인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본보가 입수한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팀의 '낙동강 중·하류 일대의 뉴트리아 분포, 확산 및 서식처 선호성' 문건에 따르면 전국 8000~1만 마리로 추산되는 뉴트리아 개체 수 중 98% 정도는 낙동강에 서식하고 남한강, 섬진강, 금강, 제주 등지에 흩어져 있는 상태다.

연구팀은 낙동강 뉴트리아가 북상을 갑자기 멈춘 것에 주목했다. 야생 뉴트리아는 1999년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연 평균 31.2㎞의 속도로 서식지가 확산됐다. 현재 낙동강 수계의 약 20.6%(318.3㎞)가 뉴트리아에 잠식당한 상태. 하지만 2008년부터 뉴트리아는 낙동강 중류인 경북 칠곡군 왜관읍 이북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이 뉴트리아 서식지와 주변의 기온을 분석한 결과 뉴트리아가 없는 지역에서는 공통적으로 겨울철마다 영하 4도 이하 기온이 연간 17일 이상 지속됐다. 주 교수는 "충북 충주호에서도 뉴트리아가 관찰됐지만 수년 간 연속해서 보이진 않았다"며 "현재는 경북 왜관을 뉴트리아 생존 북방한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국내 뉴트리아의 서식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 교수는 "최근 한반도 평균기온이 매년 0.1도 정도 상승하고 있다"며 "과거 '쥐잡기 운동'처럼 체계적인 퇴치 노력이 없다면 낙동강 수계 전역으로 뉴트리아 서식지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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