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도 못할 줄 알았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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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주인공 하연 역 김성균

젊고 경쾌한 옷차림으로 약속 장소에 나타난 김성균은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선 줄곧 생활한복을 입고 나온다. 생전 처음 입어봤는데 현장에선 “자기 옷처럼 잘 어울린다”는 극찬(?)을 받았단다. 김경제 기자kjk5873@donga.com
젊고 경쾌한 옷차림으로 약속 장소에 나타난 김성균은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선 줄곧 생활한복을 입고 나온다. 생전 처음 입어봤는데 현장에선 “자기 옷처럼 잘 어울린다”는 극찬(?)을 받았단다. 김경제 기자kjk5873@donga.com
“요즘 휴대전화로 주식 시세 들여다보듯 수시로 예매율만 쳐다봐요. 촬영 땐 (주연이란) 부담 없이 즐겁게 찍었는데…. 근데 막상 개봉일이 닥쳐오니 엄청 긴장됩니다.”

23일 개봉한 ‘우리는 형제입니다’(장진 감독)의 주인공 하연 역을 맡은 김성균(34)은 꽤나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소심한 스몰 A형”이라면서도 웃음에 편안함이 묻어나는가 하면, “쓸데없이 잡생각이 많다”는데 얘기는 담박하니 잘도 풀어나갔다. 30년 전 헤어졌다 목사가 된 형(조진웅)과 상봉하자마자 어머니(김영애)를 잃어버리는 예측불허 코미디에서 경상도 박수무당을 소화해서일까. 22일 만난 김성균은 매끄러운 한판 굿처럼 은근슬쩍 사람을 홀렸다.

―조진웅과 함께 처음으로 영화 주연을 맡았다.

“고마움과 불안함이 교차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 이후 선택의 폭이 확실히 달라졌다. 어떤 위치에 올랐단 자만이 아니라 연기를 맘껏 할 수 있어 기쁘다. 악역을 하더라도 풍성하게 표현할 기회가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차기작 제의가 끊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좋았나.

“김영애 선생님이야 존경하는 선배니 말할 나위가 없다. 윤진이(여일 역)랑도 맛있는 거 많이 먹었다. 진웅이 형은, 처음엔 고민 좀 됐다. 사적으로 워낙 친해 몰입이 쉽지 않을까 봐. 근데 촬영 들어가면 형은 눈빛이 확 변한다. 난 발동 걸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스타일인데, 형 덕분에 쑥 빨려 들어갔다. 호쾌한 성격이라 잘 이끌어준 점도 고마웠다.”

―영화가 코미디보단 감동 코드가 더 컸다.

“목사와 무당 형제니 유머 코드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족에 대한 간절함에 치중한 흐름이다. 아쉬운 건 내 연기다. 좀 더 덜어냈어야 하는데, 왠지 지저분하게 많이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배우로서 입지가 달라졌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다. 응사 때 반짝했지만 한 달 지나니 똑같더라, 하하. 그래도 덕분에 생활고를 덜어 너무 감사할 뿐이다. 요즘 들어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아내도 큰 의지가 되고. 아, 아들이 다섯 살, 세 살인데 길 가는 사람한테 ‘우리 아빠 삼천포예요’ 그랬단다(삼천포는 응사에서 김성균이 맡은 배역). 괜히 쑥스럽고 고맙더라. 한때 연기를 관둘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 근데 김상호 선배가 그랬다. ‘난 내가 밥벌이도 못할 줄 알았다’고. 고생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은 말이다. 나도 밥벌이 못할 줄 알았다고. 근데 이런 날이 오더라고.”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리는 형제입니다#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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