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위조 ‘실리콘지문’으로 50억대 땅 가로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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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단, 재력가 지문 입수뒤 프린팅… 인감증명서 발급에 명의 이전까지
저축銀서 15억 대출 받으려다 들통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첨단 범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이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발생했다. 남의 지문을 프린팅한 실리콘 골무로 다른 사람 명의의 공문서를 발급받아 거액의 대출 사기를 시도한 토지사기단이 지난달 25일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박모 씨(56)와 전직 공무원 김모 씨(49) 등 일당 5명은 올해 초 경기 용인시의 재력가 이모 씨(64)가 50억 원대 땅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표적으로 삼았다. 6월 이 씨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보한 뒤 중국의 한 위조범에게 의뢰해 이 씨 명의의 위조 주민등록증과 오른쪽 엄지 지문이 새겨진 실리콘 골무를 입수했다.

7월 초 사기단은 금천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았다. 일당 중 최모 씨(61)가 실리콘 골무를 낀 엄지를 당당히 지문감식기에 댔다. 결과는 놀랍게도 ‘통과’. 담당 직원은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최 씨는 피해자 이 씨의 주민등록등·초본,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 등을 발급받은 뒤 이 씨 소유의 용인 땅을 최 씨 명의로 이전했다. 이어 서울 강남구의 한 저축은행에서 15억 원을 대출하려 했으나 최 씨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여긴 주민센터 직원의 신고로 대출심사 직전 경찰에 모두 검거됐다. 범행에 쓰인 실리콘 지문은 이들이 범행 직후 버려 가짜 지문의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박 씨 등 4명을 공문서 위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중국#위조 실리콘지문#땅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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