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라이벌이라뇨? 10년 정든 단짝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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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댄스 동갑 투톱 장혜정-최문정
2004년 온라인서 서로의 존재 알고 4년전 만나 국제대회마다 붙어다녀
재능-노력 겸비해 아시아선 독보적

휠체어댄스스포츠 국가대표이자 ‘휠댄 절친’ 최문정(왼쪽)과 장혜정이 20일 나란히 금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했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휠체어댄스스포츠 국가대표이자 ‘휠댄 절친’ 최문정(왼쪽)과 장혜정이 20일 나란히 금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했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10년 전 장혜정(38)은 싸이월드에서 사람 한 명을 찾기 시작했다. 휠체어댄스스포츠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남자들 속에 섞여 있는 여자 한 명을 발견한 뒤였다. 싸이월드의 주인이었던 동갑내기 최문정은 “당시 자료를 퍼 가는 사람이 누군가 했는데 이렇게 함께 휠체어댄스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지내던 최문정과 장혜정이 직접 만난 것은 4년 전. 경기 가평에서 열린 외국인 초청 강습회 때였다. 2003년부터 휠체어댄스를 시작한 최문정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존재였고, 동호회 활동으로 가볍게 휠체어댄스를 즐기던 장혜정은 선수가 돼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네 살 때 척추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혜정은 클래스1 선수다. 스물세 살 때 높은 곳에서 떨어져 휠체어에 앉게 된 최문정은 클래스2로 장혜정보다 장애가 덜해 움직임이 더 자유롭다. 국제대회에서는 클래스가 달라 대결할 일이 없지만 선수층이 얇은 국내 대회에서는 등급 구분이 없어 경쟁자가 된다. 그럴 때는 장애가 심한 장혜정이 어드밴티지를 받고 경기를 해 국내 최고의 실력자인 최문정을 종종 이기곤 한다.

“언젠가 전국체육대회에서 제가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는데 2위를 한 문정이가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해 주는 거예요.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 나이도, 혈액형(O형)도 같아 잘 통하는 친구예요.”(장혜정)

“우승 못했는데 기분이 좋았을 리는 없죠(웃음). 그래도 늦게 시작한 혜정이가 발전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상 혼자 선수생활을 해 온 제게 혜정이의 등장이 자극이 됐죠.”(최문정)

둘은 서로를 ‘휠댄(휠체어댄스) 절친’이라고 했다. 사는 곳이 각각 서울(최문정)과 대구라 평소에는 만나기 어렵지만 국제대회가 있을 때는 하루 종일 붙어 다닌다. 최문정은 “같은 방을 쓰는데도 뭐가 그렇게 할 얘기가 많은지…. 새벽까지 대화할 때도 많다. 의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날 최문정이 ‘듀오(파트너가 장애인) 라틴’과 ‘콤비(파트너가 비장애인) 스탠더드’에서 정상에 올랐고, 장혜정이 콤비 스탠더드(클래스1)에서 우승하며 이날 열린 3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장애인스포츠에서 비장애인이 경기보조원이 아니라 동등한 선수로 참가하는 종목은 휠체어댄스스포츠가 유일하다.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휠체어댄스 국가대표 출신인 대표팀 이경화 감독(48·비장애인)은 “둘 다 소질을 타고 난 데다 성실해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이다. 이 덕분에 장애인아시아경기에 처음 채택된 이 종목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최문정은 21일 열린 듀오 스탠더드에서 최종철(38)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우승해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이날 콤비 라틴 클래스2에서 이영호(장애인)-이은지 커플도 우승해 이 종목에 걸린 6개의 금메달 가운데 5개를 차지했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최문정#장혜정#휠체어댄스스포츠#장애인아시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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