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플랜 B는 없다”… 뉴욕 사상 최대 40만명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23일 유엔 기후정상회의 앞서… 전세계 2500곳서 “지구 살리자”
中 100억-美 52억-EU 34억t 등… 올 탄소배출량 370억t 역대 최고

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이 벌어졌다.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23일)를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행진에는 약 40만 명(주최 측 집계)이 동참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연구 결과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뉴욕 행진이 열린 같은 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호주 멜버른, 인도 뉴델리 등 150여 개국, 2500여 곳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촉구 행진이 벌어져 전 세계적으로 모두 60여만 명이 참가했다. 역대 기후변화 관련 시위 중 최대 규모다.

○ 맨해튼을 가득 메운 “단 하나의 지구” 함성


21일 맨해튼 행진의 하이라이트는 ‘2분간 침묵 뒤 세상을 깨우는 함성’. 센트럴 파크를 출발한 대규모 시위대가 번화가인 42번가를 관통할 무렵인 낮 12시 58분. 시위대는 행진을 멈춘 뒤 한 손을 높이 들어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숨진 이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곧이어 오후 1시 호각, 나팔, 경적, 북 등으로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큰 경고음을 울렸다.

이날 시위에는 갓난아이, 80∼90대 노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 인종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푯말에 “나는 손자손녀를 위해 오늘 행진한다” “지구>돈”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주인공)도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지만 당신은 할 수 있다” 같은 개성 있는 문구를 적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행진에 참석해 “우리에게 ‘두 번째로 택할 행성(Planet B)’이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에 ‘차선책(Plan B)’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도 이날 행사에 함께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이날 “2050년까지 뉴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줄이기 위해 힘쓰겠다”는 성명도 밝혔다.

반 총장은 23일 120여 명의 각국 지도자들을 초청한 기후변화정상회의를 갖고 시위대의 요구대로 2015년 말 파리에서 ‘대담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호소할 예정이다.

○ 날로 심각해지는 탄소배출량

올해 세계 탄소배출량은 370억 t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해 사상 최고 기록을 나타낼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 3편이 21일 공개됐다.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게재된 논문들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 추세대로라면 30년 이내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상승해 임계점을 넘게 된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2도 상승하면 해수면이 급상승하고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논문들은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글로벌 환경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탄소배출량 증가에는 중국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중국의 탄소배출량 추정치는 전년 대비 4.5% 늘어난 100억4000만 t으로 미국(52억 t)과 유럽연합(EU·34억 t)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미 2006년 미국을 제치고 1위 배출국이 된 중국은 올해 1인당 배출량에서도 처음으로 EU를 앞섰다.

한편 미국의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1839∼1937) 후손들이 운영하는 록펠러 브러더스 펀드(RBF)가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투자한 자산을 처분하는 투자철회 운동에 동참한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수년 전 미국 대학가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는 에너지 사업체 투자를 철회하는 캠페인이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권재현 기자
#기후변화#맨해튼#마크 러팔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