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종상 음악상 수상자였는데…아들과 시계 훔쳐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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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나가던 대종상영화제 음악상 수상자인 작곡가 이모 씨(66)가 아들과 함께 금은방에서 고가의 시계를 훔쳐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6300만원 상당의 시계 3점을 훔친 혐의(절도)로 이 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아들(26·무직)을 추적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19일 오전 10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 금은방 거리의 Y판매점에 들러 시계를 보여 달라고 한 뒤 같이 간 아들로 하여금 시가 3000만원, 1800만원, 1500만 원짜리 시계 3점을 훔쳐 달아나게 한 혐의다.

당시 정장차림의 이 씨는 아들에게 시계를 들려주면서 현금을 찾아오라고 밖으로 내보냈다. 아들이 나간 뒤 이 씨는 자신이 찰 만한 시계도 보여 달라면서 시간을 끌었다. 자신의 작곡가 명함을 내밀고 금은방 주인 정모 씨(56)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돈을 찾으러 간 이 씨의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정 씨가 계산을 재촉했고, 이 씨는 그제야 "시계를 살 돈이 없다"고 털어 놨다. 이 씨는 정 씨의 재빠른 신고로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았다.

이 씨는 경찰에서 "통일부 주최 음악상에 공모해 조만간 상금 3억 원을 받을 예정인데, 장관한테 줄 선물이 필요했다"며 횡설수설했다. 경찰조사 결과 1993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영화 '살어리랏다'의 음악상을 수상한 이 씨는 10여 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뒤 서울의 고시원을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딸은 모 방송사 가요제에서 자작곡으로 금상을 수상한 뒤 작곡가로 활동하는 등 부녀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가 아들의 주민번호를 허위로 진술하거나 휴대전화에 있던 통화내역이나 저장된 번호를 이미 삭제한 점, 아들도 2개월 전 이 판매점에 들러 범행을 물색한 점 등을 미뤄 부자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의 아들은 서울에서 명품 의류를 훔쳐 절도 혐의로 수배 중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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