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만 통증학회장 “허리디스크 80% 약물로 치료 가능… 엄지발가락 움직이면 수술 필요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신근만 통증학회장

“디스크 환자의 3%만 수술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디스크 환자의 17%가 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수술 과잉’입니다.”

신근만 대한통증학회장(사진)은 16일 ‘제4회 통증의 날’을 맞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디스크 수술의 실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척추에서 탈출한 디스크의 70∼80%는 적절한 약물과 시술 처방만으로도 자연 치료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많은 환자가 무리하게 수술을 받고 있다는 것. 신 회장은 “수술은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났을 때만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 통증 때문에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말하는 ‘신경학적 이상’은 운동신경의 움직임에 이상이 생긴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본인의 힘으로 엄지발가락을 위로 들어올릴 수 없다면 4, 5번 디스크에 신경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엄지발가락을 아래로 굽힐 수 없다면 1, 5번 디스크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디스크가 탈출해 통증을 느껴도 이 같은 운동신경엔 이상을 보이지 않는 환자가 많다는 것. 신 회장은 “엄지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에 어려움이 없다면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척추 디스크 수술을 하지 않고도 튀어나온 디스크가 흡수되도록 하려면 ‘경추간공 경막외 차단술’ 등 간단한 시술을 해야 한다. 경추간공 경막외 차단술은 바늘을 이용해서 신경의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기 위해 경막외 공간에 소염제, 국소마취제 등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디스크 수술 비용이 100만∼200만 원인 것에 비해 이 시술의 본인 부담금은 10만 원 수준이라 저렴한 편이다.

신 회장은 “환자들은 흔히 ‘수술을 하면 통증을 더 빠르고 손쉽게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술은 그 자체로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한다”며 “수술한 척추 부위를 고정하면서 인접부위증후군이 발생하는 등 추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크 수술을 많이 하는 것에 비해 만족도도 낮은 편이다.

최근 대한통증학회가 척추 수술을 경험한 환자 6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3%가 “수술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통증의 재발’(52%)과 ‘부작용 발생’(37%)이다. 척추 수술을 경험한 환자의 약 70%는 “향후 재수술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신 회장은 “척추질환의 과잉 수술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잉 수술은 수술 부위의 퇴행성 변화, 약화 등을 발생시키면서 추가적인 문제도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이 반복되면 치료와 회복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디스크#통증의 날#수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