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평양-원산서 북진 멈췄으면 통일… 무리한 진격으로 중국의 인해전술 촉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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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前 美국무 최근 저서서 주장

“유엔군이 평양과 원산을 잇는 한반도의 좁은 목(narrow neck)에서 멈췄더라면 북한군 전쟁수행능력의 대부분을 파괴하고 북한 인구의 90%를 통일된 한국으로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 전략가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은 이달 펴낸 저서 ‘세계 질서’에서 6·25전쟁 초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무제한 북진’ 결정에 이같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평양-원산 라인은 중국 국경과 150마일(241km)가량 떨어져 있었다”며 “미군이 멈췄더라면 중공군의 개입을 피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폈다. 그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로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 4일 마오쩌둥(毛澤東)이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북한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미군이 평양-원산 라인에 머무른다면 중국은 즉각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정학과 세력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꼽힌다. 미군의 압록강 진격은 중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하는 ‘봉쇄정책’으로 간주되기에 충분했으며 이미 전쟁 전부터 병력 25만 명을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했던 중국의 인해전술을 촉발했다는 주장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역사는 그(마오쩌둥)에게 한반도가 중국 침략 통로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가르쳤다”면서 “6·25전쟁 개입은 임진왜란 당시에 명나라가 한반도에 진격해 평양까지 밀고 올라온 왜군을 서울까지 밀어낸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 붕괴와 한반도 통일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비핵화된 통일 한국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통의 전략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북한 문제 논의는 미국과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6·25전쟁#통일#헨리 키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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