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점… 쑥스러운 평균자책王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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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 극심, 수난의 마운드
타이틀 유력한 밴덴헐크 역대 가장 높아
한화는 32년만에 첫 6점대 기록 불명예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올 시즌 후반기를 시작하며 밝힌 각오다. 류현진은 시즌 내내 승수보다 평균자책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비의 도움이 큰 승리 투수와 달리 평균자책점은 투수 개인의 능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기록이다. 투수들이 가장 탐내는 개인 타이틀인 이유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적은 딱 3번 있었다. 해태 선동열(현 KIA 코치)이 1986, 1987, 1993년 기록했던 0.99, 0.89, 0.78이다.

반면 선동열보다 경기당 3배나 많은 점수를 내주고도 타이틀을 손에 넣은 행운아도 있다. 2003년 현대 바워스(3.01)다. 하지만 올 시즌 투수들에게는 바워스의 기록도 부러울 뿐이다. 시즌 내내 그라운드를 강타한 타고투저 열풍의 결과다.

17일 현재 올 시즌 평균자책점 선두는 삼성의 밴덴헐크로 3.30을 기록하고 있다. 프로야구 통산 32년간 3점대 타이틀 왕은 바워스가 유일하다. 1982년 OB 박철순이 첫 평균자책점 타이틀왕(1.84)에 오른 뒤 10년간 2점대 기록으로 타이틀을 손에 넣은 선수는 1983년 MBC 하기룡(2.33)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2점 미만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거머쥔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2점대가 대부분이었다. 2010년 한화의 류현진만이 1.82라는 돋보이는 기록을 남겼다. ‘몬스터’라는 자신의 별명을 증명한 것이다.

올 시즌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도 훌쩍 높아졌다. 한화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6.11이다. 프로야구 원년 삼미(6.23) 이후 32년 만에 처음 등장한 6점대 기록이다. 한화는 에이스 이태양조차 현재 평균자책점이 4.70이다. NC의 팀 평균자책점 4.48보다 높다.

마운드의 부진은 경기 시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경기 시간은 정규 이닝만 평균 3시간 25분으로 역대 가장 길다. 올 시즌은 투수들에게 잊고 싶은 ‘흑역사’로 남게 됐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평균자책점#다저스 류현진#삼성 밴덴헐크#한화 이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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