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 출신 노조지도자, 스웨덴號 선장 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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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연합 8년만에 재집권… 뢰프벤, 공직경험 없는 첫 총리 예약
‘스웨덴식 복지정책’ 재건 나설듯… ‘反이민’ 극우정당은 제3당 약진
獨 주의회 선거서도 反EU黨 돌풍

용접공 출신 노조지도자 스테판 뢰프벤 사회민주당 당수(57)가 스웨덴의 신임 총리에 바짝 다가섰다. 총리직에 오르면 1921년 스웨덴에서 보통선거가 도입된 이후 의회나 정부에서 공직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총리가 된다.

뢰프벤 당수가 이끄는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 좌파당 등과 좌파연합을 구성해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총리의 우파연합을 따돌리고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개표 결과 좌파연합은 43.7%로 159석을 얻었고 우파연합은 39.3%로 14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 입양아가 일약 스웨덴 총리로

1957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뢰프벤은 어머니가 생후 10개월 때 보육원에 맡겼다. 아버지가 일찍 숨져 뢰프벤과 한 살 위인 형을 모두 부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부는 벌목꾼이자 공장 노동자였고 양모는 방문간호사였다. 그는 22세 때 생모와 형을 만나 원래 이름을 알게 됐다. 학력은 상고를 졸업하고 스웨덴 북부 우메오대에서 1년 반 동안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다 중퇴한 게 전부다.

그는 48주의 용접기능공 과정을 마친 뒤 1979년부터 용접공으로 일했다. 2년 뒤 단위노조 간부가 됐으며 2005년 ‘IF메탈’(금속노조) 초대 위원장을 거쳐 2012년 1월 사민당 당수에 올랐다. 그의 이력은 폴란드조선소 노조위원장 출신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과 닮았다.

1994년 지금의 아내와 만나 9년 뒤 결혼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내는 전남편과 사이에 장성한 자녀 2명이 있었다. 그는 총선 전 “아내와 출발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관계는 더욱 굳건해졌다. 나는 요리는 잘 못하지만 집 안 청소와 다림질은 내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13세 때 ‘복지대국’ 스웨덴의 기초를 닦은 올로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사민당에 입당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철폐투쟁을 보며 불평등에 문제의식을 품은 것이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뢰프벤 당수는 단독정부 수립에 필요한 과반 확보에 실패해 연정에 나서야 한다. 우파연정에 참여했던 3개 정당 중 일부와 손을 잡아야 해 스웨덴 최초의 좌우 연정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 좌파 승리 속 우파도 전진

사민당은 친(親)시장경제 정책을 앞세운 우파에 밀려 8년간 야당으로 밀려났다. 보수파인 레인펠트 전 총리가 2006년 취임한 이후 8년간 국내총생산(GDP)은 12.6% 성장했고 가처분 소득도 20% 증가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등을 돌렸다. 우파 주도의 친기업적 시장주의가 복지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뢰프벤 당수는 “청년실업률이 크게 늘었고 교육예산이 깎이면서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역대 최저인 28위로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스웨덴의 변화는 북유럽의 앞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반(反)이민을 내건 극우정당 스웨덴민주당(SD)도 약진했다. SD는 12.9%(47석)를 득표해 제3당에 올랐다. 2010년 총선에서 5.7%의 득표율로 의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4년 만의 일이다.

SD는 ‘자유 이민정책’에 반대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스웨덴은 올해 시리아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약 8만 명의 망명 신청자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14일 독일 주의회 선거에서도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튀링겐 주와 브란덴부르크 주에서 각각 10.6%와 12.2%를 득표해 원내 주요 정당으로 진입했다. 이에 앞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이 108년간 유지된 양당체제를 깨고 1위에 올랐으며 프랑스 국민전선도 승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웨덴#용접공#노조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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