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넘어 소송하면 3년 못넘기고 죽는다” 판사 막말 논란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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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법정에서 '나이 칠십 넘어 소송하면 3년 못 넘기고 죽는다'고 말했다." (진정인 A 씨)
판사의 '법정 막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사법부 신뢰를 해치고 재판의 공정성까지 의심받게 만드는 치명적 요소다. 대법원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벌였지만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3일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판사가 부적절한 말을 했다"며 사건 당사자가 진정을 제기한 건수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2009년 11건 △2010년 7건 △2011년 18건 △2012년 13건 △지난해 18건이었다. 이 중 '서면 경고' 등 징계조치가 이뤄진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진정 내용에는 판사의 구체적 발언이 들어 있다. 재판기록에 기록돼 있거나 당시 법정 발언이 녹음돼 있지는 않지만 진정인들이 주장하는 판사의 발언은 도를 지나친 면이 있다.
"상대방과 합의하라"는 재판장 권유를 뿌리치자 "칠십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고 한 판사를 비롯해 5세 여아가 개에 물려 진행된 소송에서 "아이도 잘못이 있네. 왜 개한테 물려"라고 말한 판사도 있다. 이 판사들은 해당 발언을 실제로 했는지 입증되지 않아 징계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혼소송을 맡은 판사가 원고인 남편에게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 부인 보는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할 수 있다"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느냐" "법원에서 소송구조까지 받는 주제에…"라는 식으로 인간적 모욕감을 줬다는 진정도 제기됐다.

통상 법원은 이 같은 진정이 제기되면 대부분 특별한 조치 없이 마무리하고 있다. 공판조서나 재판기록 등에 판사의 막말을 그대로 기록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이 같은 진정인의 주장은 단순히 일방 당사자의 발언으로 치부되고 마는 것이다. 2012년 10월 서울의 한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장난이야? 지금 장난치는 거야?"라는 발언을 했다는 인권위 사건에서도 법원은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실제로 법정에서 막말을 했는지 입증할 길이 없다는 게 이유다.

대법원은 판사 막말 논란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올 3월 법관들의 올바른 법정 언행을 유도하기 위해 '법정 진행 핸드북'을 만들었다. 모든 재판 과정을 녹음하도록 하는 법정녹음제도를 전면 실시하기로 하고 녹음 시설 설치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판사들이 원고와 피고의 말을 끊어가며 시비조로 묻는 경우에도 좀처럼 이의 제기를 할 수가 없는 구조였다"며 "판사의 막말은 사법부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일임을 판사들이 깨닫고 노력해야 사정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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