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인 이승복기념관 ‘유족 홀대’… 테이블도 없이 콘크리트 바닥서 식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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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故이승복군 아버지 사망 뒤늦게 알려져

‘반공 소년’ 고 이승복 군의 아버지 이석우 씨(사진)가 이달 24일 83세를 일기로 한 많았던 일생을 마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씨의 장례식은 26일 강원 평창군 이승복 기념관에서 열렸고, 이 씨의 묘소는 기념관 내 부인 묘소 옆에 마련됐다.

이 씨의 아들 승복 군은 9세이던 1968년 집에 들이닥친 북한 무장공비들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저항하다 무참히 살해됐다. 부인과 두 남매도 그 자리에서 학살당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 씨는 장남 학관 씨를 제외하고 승복 군 등 온 가족이 무장공비들에게 살해당한 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만 했다.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겨워하며 정신질환에 시달렸고 폐부종과 급성 신부전증을 앓던 중 지난달 강릉동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끝내 숨을 거뒀다.

그러나 26일 이 씨의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기념관 측이 유가족을 홀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영구차가 기념관에 도착했을 때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유족이 직접 이를 치우고 난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묘역에는 강원도교육감이 아닌 부교육감 명의의 근조화환이 보내졌다.

특히 안장식이 진행되는 동안 관장을 비롯해 기념관 직원들이 한 명도 현장을 지키지 않아 유족들의 분노를 산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아들 며느리 등 유족 5명은 27일 “상조회 직원의 도움만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밝혔다. 장례식 직후 유가족들은 테이블도 없이 기념관 앞마당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식사를 했다고 한다. 한 유가족은 “기념관 사람들이 밥 먹을 장소도 내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기념관 측은 “유족이 장소를 제공해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기념관장은 이 씨의 안장이 끝날 때까지 장례식 현장에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들이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사무실로 찾아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유족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던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까지 너무 쓸쓸하게 가셔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강원도교육감이 진보 측 인사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창=이인모 imlee@donga.com / 정윤철 기자
#이승복#공산당#반공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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