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에 묻힌 단짝 찾아… 체육복 입고 삽 든 日여고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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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수해현장서 수색 도와… 사체 발견된 뒤에도 봉사 계속

일본 히로시마 시 산사태 피해지에서 사토 사쿠라 양(왼쪽)이 토사를 치우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6일 현재 사망자는 60명을 넘어섰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히로시마 시 산사태 피해지에서 사토 사쿠라 양(왼쪽)이 토사를 치우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6일 현재 사망자는 60명을 넘어섰다. 아사히신문 제공
‘설마?’

20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 아사미나미(安佐南) 구에 사는 사토 사쿠라(佐藤さくら·17) 양은 트위터에 뜬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기하라 미리(木原未理·17·여)가 그날 새벽 산사태 이후 행방불명됐다는 내용이었다.

사토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기하라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때 토사에 깔려 무너지는 기하라의 집이 TV 화면에 비쳤다. 기하라는 아빠와 함께 행방불명됐다고 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25일 이렇게 전하며 고교 친구들의 ‘기하라 구하기’ 활동을 보도했다.

사토는 사고 당일 곧바로 기하라 집으로 향했다. 벌써 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기하라 집으로 난 길을 막고 있는 돌과 흙을 치웠다. 중장비가 진입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학생들은 그날 이후로도 매일 오전 8시경 체육복 차림으로 모였다. 적을 때는 10명, 많을 때는 20명이 왔다.

사토는 25일 오후 3시경 청소 도중 “기하라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 믿을 수 없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날 기하라가 다니던 히로시마 현립 야스후루이치(安古市)고교의 개학식이 있었다. 교장은 전교생 약 950명 앞에서 “기하라의 몫까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사토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하라와 함께 자란 고향을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체육복과 장화 차림에 삽을 들고 피해지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여고생#히로시마 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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