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빼돌리고 성희롱-공금유용… 기막힌 한수원 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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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 1급 자체감사 적발-해임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고위급 인사가 낯 뜨거운 비위행위를 벌이다가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부서 운영비를 부당하게 조성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기본이고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여직원 성희롱, 개인 투자손실 보전 목적의 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 갖가지 비위를 저질렀다.

○ 행방이 묘연한 마약류 수백 정

26일 한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에게 제출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한수원 산하기관의 1급 간부인 A 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디아제팜과 졸피뎀 등 161정을 마치 사용한 것처럼 꾸몄다가 적발됐다.

의사 출신인 A 씨는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의료봉사 활동을 위해 향정신성의약품들을 보관, 관리하고 있었는데 다른 직원을 시켜 11회에 걸쳐 마약류관리대장에 161정을 사용한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 아울러 A 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관할 관청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관할 관청이 폐기하도록 해야 하지만 자신이 보관 중인 자낙스 700정을 임의로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수원 측은 이와 관련해 A 씨가 서류를 허위 기재한 뒤 마약류들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감사 결과 A 씨의 사무실 옷장 안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자낙스 100정이 무더기로 나왔다.

○ “너를 보면 가슴이 뛴다”

A 씨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직원들에게 상습적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출장을 함께 나간 여직원에게 “너를 보면 가슴이 뛴다. 안고 싶다”고 말해 성적 모멸감을 줬다.

심지어 다른 부서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 중 여직원들만 불러 참석시켰다.

A 씨는 1주일에 평균 2, 3회 빈도로 주로 남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멍청한 ××” “개××” “너 한번 죽어 볼래” 등의 폭언을 했고 일부 직원은 자살충동까지 느꼈던 것으로 감사 결과가 나왔다.

그는 사무실 운영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A 씨는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지급받은 출장비에서 실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받는 식으로 3년간 2658만여 원을 모았다. 이후 그는 사무실 직원들의 복지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개인 명의의 경조사비와 선호 용품 구입, 고위 간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약품 구입 등에 제멋대로 908만여 원을 사용했다. 결국 A 씨는 올 3월 마약류관리법 및 의료법, 사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정식 재판에 회부됐고 5월 한수원에서 해임됐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마약류#성희롱#공금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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