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는 국제공약… 못지키는 총리는 떠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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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前 日총리, 아베 작심 비판… 동북아역사재단 초청 강연
“무라야마-고노 담화는, 일본의 공식적 역사인식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韓日 정상회담으로 풀어야”

“(당연히 계승해야 할) 무라야마 담화가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줄 몰랐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사진) 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과거사 접근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22일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아베 총리도 1차 내각을 구성했던 2006년에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했다가 지금은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은 아니다’ ‘침략의 정의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정립돼 있지 않다’ 등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1995년 8월 15일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으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사죄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과거 청산 없이는 일본이 평화민주주의를 표방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내놓은 것”이라며 “종전 50년(1995년)이 되도록 반성도 없었고 사후처리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사전에 배포한 강연 원고에 실린 아베 정부에 대한 비판은 훨씬 더 공세적이었다. 그는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공식적 역사인식이고 전 세계에 나타낸 국제공약이 됐기 때문에 재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부정한다면 이 세계에서 일본이라는 나라는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일본 총리는 이를 지켜야만 한다. 이것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은 공직에 머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 역사인식이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실제 강연에서 이 부분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현재 생존자가 한국에 50여 명이 있다”며 “보상을 어떻게 할지, 정부 간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진정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든 노력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고노 담화는 한일 협력으로 탄생한 역사인식으로 이에 근거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일 정상회담을 정식으로 열어야 한다”며 “바른 역사인식 공유, 협력적 관계 재구축이 대립 해결의 열쇠”라고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사이토 쓰요시(齋藤勁) 관방부장관이 제안했던 해법을 사례로 제시했다. 당시 일본은 △총리 명의의 공식 사죄 △피해자에게 인도주의 명목으로 배상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를 방문해 사죄문과 배상금 전달이라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무라야마 담화#아베 시존#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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