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가 ‘사랑’을 방해?…진짜 사랑이면 괜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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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
극중 정신병 묘사 전문의에 들어보니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주인공 장재열(조인성·왼쪽)은 현실 속엔 존재하지 않는 소년 한강우(도경수)를 본다. 장재열은 정신분열일까, 해리성 장애일까, 아니면 뇌종양? SBS 제공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주인공 장재열(조인성·왼쪽)은 현실 속엔 존재하지 않는 소년 한강우(도경수)를 본다. 장재열은 정신분열일까, 해리성 장애일까, 아니면 뇌종양? SBS 제공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병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다.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고, 이 병이 드라마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반전을 가져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신병 증세에 대한 궁금증이나 진위를 묻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사진)의 도움으로 드라마 속 병의 묘사가 맞는지 틀리는지 따져봤다.

○ 장재열은 정신분열? 다중인격?

주인공인 추리작가 장재열(조인성)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자랐다. 드라마에는 장재열의 팬이면서 비슷하게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고교생 한강우(도경수)도 나온다. 극 중반에 한강우가 장재열의 상상 속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한강우가 실재한다고 믿는 장재열의 증상은 정신분열(조현병)에 가깝다. 하지만 정신분열로 단정하기는 힘들다. 환청이나 환시는 뇌종양 같은 뇌의 문제로도 생길 수 있다. 앞으로 극이 전개되면서 만약 장재열이 한강우의 존재와 그와의 일 전체를 잊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면 다중인격으로 알려진 해리성 장애로 볼 수도 있다.

○ 아미탈은 기적의 약물?

드라마에는 병원에서 아미탈 소디움이라는 약물을 이용해 환자가 내면에 숨기고 있는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장재열의 형 장재익(양익준)도 진실을 털어놓게 하려고 아미탈을 훔쳐 동생에게 주사한다. 약물로 수면을 유도하면 술에 취하거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의식이 이완돼 숨기고 있던 이야기를 꺼낸다는 논리다.

아미탈은 과다 투여 시 호흡 마비로 사망할 수 있어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아미탈의 약효도 과장됐다. 술에 취해서도 거짓말을 하듯 잠결이더라도 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를 할 수 있다.

○ 투레트증후군 환자에게 나쁜 드라마?

투레트증후군은 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틱 장애가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게시판에는 “드라마로 인해 틱 장애 증세를 자각하거나 남들에게 지적을 당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글이 올라온다.

최 소장은 “스트레스나 심리적 문제가 투레트증후군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가 증세를 악화시킨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드라마가 투레트 증세를 왜곡되게 묘사하는 대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극 중 박수광(이광수)는 주치의인 조동민(성동일)이 부인과 한 침대에 있는 것을 목격하거나 정신분열증을 앓는 친구가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봤을 때 투레트 증세를 일으킨다. 극적 긴장감을 더하거나 웃긴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증세를 과장되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진짜 사랑이면 괜찮아?

여주인공 지해수(공효진)는 어린 시절 엄마의 불륜을 목격한 후 남자와 성적 접촉을 하면 손이 떨리거나 메스꺼움을 느끼는 불안장애에 시달린다. 하지만 장재열과 키스를 할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불안장애가 사람 가려 나타나느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최 소장은 “두렵다고 해서 성적인 열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안장애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해수에게 장재열은 자신보다 더 큰 상처를 지닌 약한 존재다. 그래서 장재열이 자신을 버리거나 상처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두려움이 완화될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장재열과, 상대를 치료하며 스스로를 치료하는 지해수가 ‘사랑해도 괜찮은’ 이유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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