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병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다.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고, 이 병이 드라마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반전을 가져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신병 증세에 대한 궁금증이나 진위를 묻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사진)의 도움으로 드라마 속 병의 묘사가 맞는지 틀리는지 따져봤다.
○ 장재열은 정신분열? 다중인격?
주인공인 추리작가 장재열(조인성)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자랐다. 드라마에는 장재열의 팬이면서 비슷하게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고교생 한강우(도경수)도 나온다. 극 중반에 한강우가 장재열의 상상 속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한강우가 실재한다고 믿는 장재열의 증상은 정신분열(조현병)에 가깝다. 하지만 정신분열로 단정하기는 힘들다. 환청이나 환시는 뇌종양 같은 뇌의 문제로도 생길 수 있다. 앞으로 극이 전개되면서 만약 장재열이 한강우의 존재와 그와의 일 전체를 잊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면 다중인격으로 알려진 해리성 장애로 볼 수도
있다.
○ 아미탈은 기적의 약물?
드라마에는 병원에서 아미탈 소디움이라는 약물을 이용해 환자가 내면에 숨기고 있는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장재열의 형 장재익(양익준)도 진실을 털어놓게 하려고 아미탈을 훔쳐 동생에게 주사한다. 약물로 수면을 유도하면 술에 취하거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의식이 이완돼 숨기고 있던 이야기를 꺼낸다는 논리다.
아미탈은 과다 투여 시 호흡 마비로 사망할 수 있어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아미탈의 약효도 과장됐다. 술에 취해서도 거짓말을 하듯 잠결이더라도 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를 할 수 있다.
○ 투레트증후군 환자에게 나쁜 드라마?
투레트증후군은 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틱 장애가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게시판에는 “드라마로 인해 틱 장애 증세를 자각하거나 남들에게 지적을 당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글이 올라온다.
최 소장은 “스트레스나 심리적 문제가 투레트증후군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가 증세를 악화시킨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드라마가 투레트 증세를 왜곡되게 묘사하는 대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극 중 박수광(이광수)는 주치의인 조동민(성동일)이 부인과 한 침대에 있는 것을 목격하거나 정신분열증을 앓는 친구가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봤을 때 투레트 증세를 일으킨다. 극적 긴장감을 더하거나 웃긴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증세를 과장되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진짜 사랑이면 괜찮아?
여주인공 지해수(공효진)는 어린 시절 엄마의 불륜을 목격한 후 남자와 성적 접촉을 하면 손이 떨리거나 메스꺼움을 느끼는 불안장애에 시달린다. 하지만 장재열과 키스를 할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불안장애가 사람 가려 나타나느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최 소장은 “두렵다고 해서 성적인 열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안장애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해수에게 장재열은 자신보다 더 큰 상처를 지닌 약한 존재다. 그래서 장재열이 자신을 버리거나 상처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두려움이 완화될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장재열과, 상대를 치료하며 스스로를 치료하는 지해수가 ‘사랑해도 괜찮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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