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다 죽으면 烈士”… 中 못말리는 음주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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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은 능력’ 술자리서 부하평가
유가족에 억대 위로금 주기도

강도 높은 반부패 사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무원들이 과도한 음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관영 신화통신까지 나서서 관가의 못 말리는 음주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통신에 따르면 안후이(安徽) 성 황산(黃山) 시의 말단 경찰이 이달 초 간부들을 모시고 술을 마시다 추락사했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후베이(湖北) 성 라이펑(來鳳) 현의 하위직 공무원도 상사들과 술자리를 함께하다 돌연사했다.

하급 직원들이 상급자와 술을 마시다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중국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술자리 병폐 때문. 안후이 성의 한 간부는 “술 마시는 게 고통스럽지만 술을 잘 마시면 간부들과 동료들이 높게 평가해준다”며 “‘주품(酒品)이 인품’, ‘주량이 (업무) 능력’이라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상급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접대력이 곧 생산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일 저녁 술자리가 있는 간부들은 능력과 인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외톨이 딱지’가 붙는다. 광시좡족 자치구의 한 소도시는 여성 공무원 구인 공고에 ‘주량(고량주 기준) 최소 500mL 이상’이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지방 정부에서는 과도한 음주로 직원이 다쳤거나 숨졌을 때 갖은 방법을 동원해 보상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거나 심지어 내부적으로 열사(烈士)로 소급 적용해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가족들은 많게는 수백만 위안(100만 위안은 1억670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신화통신은 “술자리 열사가 진짜 열사보다 값어치 있는가”라고 물으며 과도한 술자리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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