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필직론’]참담한 성노예 역사 아랑곳않는 한국인의 성매매 집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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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지금 미국에서 대한민국 여성과 관련해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가슴 아픈 일이요 하나는 부끄러운 일이다. 가슴 아픈 것은 과거의 일 때문이나 부끄러운 것은 현재의 일 때문이다. 모두 여자의 성(sex)에서 비롯된 것. 그러나 궁극적으로 여성의 인권과 맞물려 있다.

○ 美 한편에선 위안부 기림비 건립

8월 4일 뉴욕 맨해튼 링컨터널 입구 인근에 미국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하는 첫 번째 일본 군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진다. 이로써 2010년부터 시작된 기림비 세우기는 뉴욕 뉴저지 주에서 다섯 번째, 전체 미국에서 여덟 번째를 기록하게 된다. 이에 맞춰 맨해튼 링컨센터에서는 미국 정치인도 출연하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도 공연된다. 기림비에는 한국 외에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일본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노예’로 강제 동원됐다는 내용이 새겨진다. 하지만 기림비 건립은 한국인들이 주도해 왔으며, 사실상 한국인 위안부를 위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인들에게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아픈 역사의 후유증이다. 그러나 한국이 끈질기게 제기하는 문제가 미국 전역에서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은 단순히 한 나라의 과거가 참혹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이 여성의 보편적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뉴저지 주 유니언시티의 시 의원은 “기림비는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여성의 성을 악용하는 행위에 대한 인도주의적 분노를 가지지 않았다면 기림비 세우기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일본 정부 등의 조직적이고 집요한 방해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여성이 한때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였다는 사실이 미국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마당에 자신의 성을 파는 한국 여성이 줄줄이 미국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에는 뉴욕과 뉴저지 주에서 한국 여성 10여 명씩이 성매매를 하다 무더기로 붙잡혔다. 미국 전역에서 한국 여성이 매춘 때문에 검거되는 일은 한 달에도 몇 건씩 일어난다.

올 1월에는 미식축구 결승전 특수를 노려 마약 판매와 매춘에 나선 한국인 16명이 포함된 일당이 뉴욕 경찰에 검거 또는 수배되어 세계적 뉴스가 되었다. 이 조직은 리무진 서비스, 의류 판매 등의 위장 사업체를 통해 수백 명의 한국 여성을 거느리고 매춘과 마약을 묶은 상품을 팔아왔다.

○ 한편에선 수십년째 한국여성 성매매

뉴욕경찰은 “이 조직은 두 달마다 새로운 성매매 여성들을 한국에서 데려왔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 여성의 성매매는 수십 년째 계속되는 문제이다. 도무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주한미군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이주여성들이 성매매의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미국에 온 여성이 많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매춘시장 외에 현지 교민과 주재원들을 포함한 한국 손님을 위한 성매매 시장도 성업 중이다. 여기에는 미국 비자를 받기가 쉬워진 2008년 이후 아르바이트로 한국식 룸살롱에서 3개월간 일하다 돌아가는 여대생도 상당수라고 한다.

참담한 성노예 역사와는 아랑곳없는 한국인들의 성매매 집착. 매우 민감한 성 문제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모순은 “도대체 한국인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1위의 아동 수출국으로 꼽혀 왔다. 다른 나라보다 미국 입양이 압도적이다.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다. 계속 수가 줄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2011년만 해도 미국으로 입양된 전체 아동 수를 따졌을 때 한국은 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에 이어 4위였으나 미국에 입국한 뒤 법원의 입양허가를 얻은 아동 수 기준으로는 1위였다. 역설적이지만 미국도 아동 수출국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캐나다에만 1000명이 넘는 아이를 수출했다. 거의 흑인이다. 그래서 미국인은 자신들의 해외 입양을 ‘더러운 비밀’로 부르며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어김없이 한국의 해외 입양을 거론한다. 미국에서 한국의 해외 입양은 간통한 여자의 가슴에 그 벌로써 간음을 뜻하는 글자를 새긴 주홍글씨와 같다. 나 자신이 미국에서 살 때의 경험으로 미뤄 미국인들은 한국인을 만날 때면 으레 입양 어린이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 아동 이어 부끄러운 매춘부 수출국 오명

이제 한국은 미국에서 세계 최대의 매춘부 수출국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한국 여성 체포 보도를 보면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어렵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몇 교민은 필자에게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아동 인권에서 여성 인권까지,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높지 않다. “성노예에 관한한 그렇게도 뼈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의 사람들이 왜 인권을 스스로 유린하며 해외 성매매에 나서고, 나라는 그것을 방치하는가”라고 위안부 기림비에 관심이 있고 건립에 나서는 미국인들이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우리의 이중성을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마침 최근에 유엔개발기구에서 ‘2014년도 인간개발지수’를 발표했다. ‘삶의 질’의 순위라고 한다. 교육열 등의 덕분에 한국은 11위. 국력이 그렇다니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50위 가운데 어린이 수출에 이어 성매매 여성들까지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리나라처럼 아동과 매춘부 수출을 하는 중국이 91위이다. 높은 순위를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제대로 봐야 한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성매매#위안부 기림비#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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